◇ 靑 “실질적 협의 없이 일반 서면 제청…절차적 완결성 못 갖춰”
강유정 수석대변인이 28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대법관 후보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 수석대변인은 재제청 요청 배경과 관련해 “손 후보자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월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대법원장은 7개월이 넘도록 제청을 하지 않다가 8월 18일 실질적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봉기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면서 “그동안의 협의 관행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어느 한쪽의 의사만으로 최고 법원이 구성되는 일을 막고 그 과정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온 절차적 장치였다. 사법부가 그 관행을 저버린 것은 지금껏 사법부 독립을 집행해 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재제청 요청과 관련해 “1987년 현행 헌법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유사 사례가 없다”면서 “과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법원장 임명을 거부한 전례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는 법률 검토를 거쳐 제재청 요청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이고,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 기관이다. 재청과 임명은 삼권분립의 원칙하에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배분된 권한이며,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거쳐 재청에 이르러 온 것도 각 기관 간의 권한을 상호 존중하라는 헌법의 취지에 따른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 수석대변인은 또 대법원의 후보 추천 과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한편 손봉기 후보자 제청 직전 법원행정처가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법원조직법에 따라 추천한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타진한 사실도 국회에서 확인됐다”면서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시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미 정당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후보자 개인에게 타진한 것은 인사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 판단된다”면서 “법원조직법이 정한 대로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존중해 제청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때 비로소 재청에서 임명에 이르는 전 과정이 헌법상 국민주권 원리와 적법 절차 원칙에 부합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국민주권 정부의 첫 대법관 인선은 결과에 앞서 절차의 정당성 측면에서부터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 국민의 재판 청구권 보장이라는 대법원 본연의 역할을 고려할 때 손 후보자에 대한 이번 제청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 “추천委 존중해 신속히 재제청해달라”…‘김민기 염두’ 질문엔 “확인 안 된 사안”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청와대가 재제청 요청을 공식화한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강 수석대변인은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한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했다.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들 가운데 손 후보자를 제외하면 김민기·박순영·윤성식 후보자가 남는다. 다만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이 되면서 사실상 제청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기 후보의 제청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김민기 후보자 제청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후보자 천거 작업부터 다시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장 제청권이 온전히 행사되려면 천거 작업부터 새로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지난 3월 3일 노태악 대법관 퇴임을 앞두고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조 대법원장에게 김민기 수원고법 고법판사(55·사법연수원 26기),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59·25기),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60·22기),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57·24기) 4명을 추천한 바 있다. 이 중 조 대법원장은 새 대법관 후보자로 손 부장판사를 비롯해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58·24기)를 지난 18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에게 각각 임명 제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