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승인 받았지만 핵연료는 ‘미정’…한미 협상 이제부터(K핵잠 과제③)

정치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전 05:03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국내 특별법 못지않게 미국과의 협상이 중요하다. 잠수함 선체는 국내에서 설계·건조할 수 있지만 핵연료 공급과 핵물질 관리, 비확산 체계 등은 미국과의 협력을 거쳐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에는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핵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한 사업 요건을 한국과 긴밀히 협의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그러나 ‘건조 승인’이 곧 핵연료 공급방식까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형태의 핵연료를 어디에서 확보할지, 핵물질을 어떻게 관리하고 국제 비확산 체계와 조화를 이룰지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후속 협의가 필요하다.

미국 의회도 계산에 들어갔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최근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의결하면서 한국 핵잠과 관련한 별도의 보고서를 요구했다. 미 국방장관이 국무장관과 협의해 2027년 2월 1일까지 상원 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한 내용이다.

미 의회가 요구한 검토 범위는 단순한 핵연료 공급 여부보다 넓다. 우선 한국의 재래식 무장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위해 미국이 어디까지 협력할 것인지를 규정하도록 했다. 현재 가동 중인 양국 실무그룹과 협력 분야도 보고 대상이다. 한국 핵잠 확보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안보에 미칠 영향도 평가하도록 했다.

지난 해 12월 23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미 해군 핵 추진 잠수함(SSN) 그린빌함이 입항하고 있다. 길이 110m, 폭 10m, 승조원 110여 명인 그린빌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12개의 수직발사시스템(VLS), 어뢰 및 4개의 발사관 등을 갖췄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해 12월 23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미 해군 핵 추진 잠수함(SSN) 그린빌함이 입항하고 있다. 길이 110m, 폭 10m, 승조원 110여 명인 그린빌함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12개의 수직발사시스템(VLS), 어뢰 및 4개의 발사관 등을 갖췄다. (사진=연합뉴스)
비용도 따진다. 한국이 핵잠 함대를 확보하는 데 들어갈 비용과 이 비용이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노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검토한다. 한국의 핵추진·재래식 무장 잠수함 확보에 따른 핵확산 위험까지 평가하도록 했다. 한국 핵잠의 군사적 가치 뿐만 아니라 비용 부담과 비확산 위험, 동맹 내 역할까지 함께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국내 특별법도 대미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신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용원 의원안은 핵연료물질을 농축도 20% 미만으로 한정했다. 핵무기의 개발·제조·보유·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는 원칙도 담았다.

국제협력 조항은 정부안보다 구체적이다. 정부가 안전조치와 핵연료 공급, 원자로 기술 이전, 안전기준 적용 등을 놓고 외국 정부나 국제기구와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조약에 따라 핵물질에 대한 안전조치 적용을 면제받을 범위와 기간에 대해서도 IAEA와 협의하도록 했다. 향후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국이 사용할 연료와 비확산 원칙, 국제검증 수용 방침 등을 미리 제도화하면 미국 내 우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미국의 검토 결과가 나온 뒤 대응하기보다 지금부터 미국 내 논의 과정에 한국의 입장과 전략적 논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대미 협력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 행정부와 의회뿐 아니라 미 해군과 인도태평양사령부, 전략·비확산 전문가 등으로 접촉 범위를 넓혀야 한다”면서 “핵잠의 필요성 역시 북한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만으로 설명하기보다는 한미 연합방위력을 높이고 동맹의 역할분담과 역내 해양안보에 기여하는 자산이라는 점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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