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체 돈을 일하게 하자…증세 부담 적은 복지 가능해"

정치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전 05:4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예산 800조원만 생각하지 말고 연기금 1600조원, 국공유재산 3500조원, 국부펀드 등 국가 자산을 총동원해 효율적인 투자를 하면 세금을 적게 쓰면서도 복지가 가능합니다.”

정부 예산 800조원 슈퍼 예산 시대. 효율적인 국가의 돈 쓰임 전략은 무엇일까. 국회 예산안 심사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최근 만났다. 그는 국가가 관리하는 모든 자산을 활용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잠자는 동안에도 돈에 일을 하게 하라’는 투자의 현인 워린 버핏의 얘기를 국부에 적용한 것처럼 들린다. 이래야 그는 “인공지능(AI) 기술 패권 전쟁 시대에 필요한 공격적인 국가 투자가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주택공급을 위해 국공유지가 활용되는 예를 들면서 “땅값을 떨어뜨릴 수 있으면 질 좋은 데 주택을 빠른 시일 내에 값싸게 공급할 수 있다”며 “연기금이나 공공 자산을 활용해 세금을 적게 쓰면서도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길을 찾아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진행한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정부가 올해 800조원 정도로 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 2년 차 예산으로 어떠한가

△이재명 정부의 사실상 첫 예산이다. 결국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두 가지 방향이 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확장 재정이 불가피하다. 하나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현실이다. 현재 중국이나 미국은 인공지능(AI)의 사회적 대전환과 기술 혁명을 위해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다. 심지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한 개인은 300조원 정도(3000억달러)의 펀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딜을 한다.(※미·일 공동 국부펀드 구상) 미래로 나가는 메가 프로젝트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두 번째는 당면한 국민의 삶의 문제에서 일자리 문제와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투자가 불가피하다.

-확장재정에 항상 우려가 뒤따른다. 국가채무 증가와 미래투자 사이의 균형점 같은 게 있나

△부채도 일부는 갚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공세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전 세계가 지금 안정적 국면이 아니다. 전면 기술 경쟁으로 뛰어드는 시기다. 다만, 돈을 낭비하지 않고 써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강조하는 것은 이런 거다. 흔히 국가 예산 800조원만 자꾸 생각한다. 그런데 연기금 1600조원도 있다. 세계 5위다. 그리고 국공유 재산, 공공기관 재산이 3800조원이다. 국부펀드도 있다. 이 네 가지의 국가 자산을 총동원해서 결국은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몇 년 전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에 가보니 직원이 어마어마했는데, 사옥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왜 사옥이 없냐고 했더니 당시 사옥을 고정비로 묶어두는 것보다는 투자하면 훨씬 많이 벌 수 있다고 했다.

-전체 국부를 동원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청년 주택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국립부경대(땅값)에 사학진흥기금(공사비)을 재원으로 기숙사를 건립한다고 해보자. 부경대학교라는 학교는 땅값이 안들어간다. 국공유 자산이다. 거기에 사학연금과 주택도시기금을 이용해서 15층짜리 아파트로 기숙사를 만들어 저렴하게 공급하면 주거 불안 문제도 해결하면서 비용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훨씬 더 (국가 총자산) 포트폴리오를 다 사용해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그러면 세금을 훨씬 더 알뜰하게 쓸 수 있다. 이번에도 주택 정책을 하는데 국공유지를 찾아내라는 거 아닌가. 태릉 골프장 등은 비용이 기본적으로 저렴할 수밖에 없다. 원주 같은 데는 30여평 신축 아파트가 그렇게 비싸지 않다. 공사비는 거의 비슷하니 결국 땅값이 문제다. 땅값을 떨어뜨릴 수 있으면 질 좋은데 주택을 또 빠른 시일 내에 값싸게 공급할 수 있다. 국고 부분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연기금이나 공공 자산을 활용해 세금을 적게 쓰면서도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길을 찾아내야 한다.

-깔고 있는 돈을 최소화하라, 자본을 재배치해서 효율적으로 써라와 같은 재테크 개념도 떠오른다.

△신용 상태가 불안해지는 것은 나쁜 것이지만, 신용 상태는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돈을 일하게 해서 국민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싱가포르 국부 펀드(테마섹)를 이용해서 국가의 부를 확장시켜 나가는 걸 봤다. 그래서 청와대 상황실장이었을 때 한국의 국부 펀드를 만들자고 했다. 돈이 없으니 외환보유고 일정 부분을 국부 펀드에 집어 넣어 국가의 부를 만들자고 얘기했더니 난리가 났다. IMF때 외환 위기 때문에 망가졌는데 외환을 갖다가 쓰다가 투자에 실패하면 어떡하느냐면서 반대가 엄청 많았다. 정치적으로 노무현 정권의 사금고라고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를 집중적으로 설득해 결국은 KIC라는 게 만들어졌다. 한국투자공사다. 지금 20년 운영했는데 (연환산수익률이) 6.5% 정도다. 국민연금을 1% 올리는 효과만큼을 매년 벌어들이고 있다. 그래서 돈을 일하게 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 없다는 말은 맞지만 증세를 적게 하면서도 복지를 늘리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나 정부에서 얼마나 공유하는 생각인가.

△일찍부터 이 생각을 주장했다. 얼마 전 대통령께서 국가자산기본법을 만들라는 지시가 있었다. 국가자산을 전체적으로 조사하고 운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 정부도 법률(국가자산기본법)을 준비 중에 있다. 사실 다 데이터로는 존재한다. 각각 국유자산은 재정경제부에, 지방정부도 재산 관리는 다 되고 있다. 그런데 전산으로 일원화돼야 된다. 각자 볼 수 있어야 되고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국공유재산 등이 다른 법률 시스템에 따라 분절적으로 관리됨으로써 국가 전체 자산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고 효율적인 활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정부 총자산 가운데 기금으로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려고 한다.

△미래대응기금은 필요하다. 노르웨이가 갑자기 석유가 났을 때 국부펀드로 만들어 미래세대를 위해 쓰자고 했다. 주로 사람에 투자하고 미래에 투자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잘한 거다. 우리는 반도체 랠리가 과연 몇 년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그건 결국 중국의 반도체 기술 굴기에 달려있다. 또 우리가 HBF(고대역폭 플래시, 낸드로 만든 HBM에 가까운 고대역폭 메모리)라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만약에 HBF라는 걸 만들었다 하면 NVIDIA를 넘어서는 새로운 또 하나의 시대가 열린 거다. 현재 상황에서는 반도체로 인한 초과 세수가 있다면 이를 효율적으로 쓸 필요가 있다.

-미래대응기금은 어떻게 활용돼야 하나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AI 시대가 되면 희망과 위험이 교차한다. AI라는 거대한 강을 건너려면 도전하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젊은이와 노인은 노후가 불안하지 않아야 도전한다. 마치 서커스를 하는데 밑에 그물망이 없으면 절대 뛰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가 태어나면 국부펀드에 1억원을 넣자. 7% 수익으로 운용하면 20살이 되면 3억 8600만원이 된다. 그럼 1억을 기초자산으로 준다. 그리고 나머지 2억 8600만원은 65세까지 45년을 운영하면 60억원 가까이 된다. 은퇴할 때 40억원을 주고 20억원을 국가가 회수한다. 이렇게 AI시대에 새로운 성장 방식을 찾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인생 주기별로 국가 연금제를 한번 설계했으면 좋겠다.

-일종의 ‘아이계좌’ 같다.

△그렇다. 개인에게 주는 게 아니고 국부펀드에 1억원이 들어가 이 사람 이름으로 운영된다. 1억원은 본인이 학비에 쓰든지 대출을 받는 데 쓰든지 그것으로 벤처 사업을 하든지 알아서 하면 된다. 제 얘기만이 아니다. 트럼프 계좌(트럼프 행정부가 만든 미국 아동용 투자계좌)가 이미 시작됐고, 시작은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Child Trust Fund, 아동신탁기금)였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결국은 사라졌다. 미국에서 상당수 주들이 지금 실험하고 있다. AI는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부를 주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굉장히 불안한 미래를 예고한다. AI 경쟁의 성과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길을 열어야 된다. 청년들에게 기본소득을 줄 것이냐, 기초자산을 줄 것이냐라는 경제학의 논쟁에서 기초자산을 주는 게 좋겠다는 주장이 많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청년도약계좌 등 여러계좌가 많이 생기고 있다.

◇이광재 위원장은....

△1965년생 강원평창 △연세대 법학과 △국회의원 노무현 보좌관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실장 △제17·18·21·22대 국회의원 △제35대 강원도지사 △제21대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국회 사무처 사무총장 △제22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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