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서 살아남은 김용범, 하루 만에 퇴장…레버리지·부동산에 발목

정치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전 10:32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전날 개각에서 살아남았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하루 만에 물러났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해온 핵심 참모였지만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와 부동산 정책 혼선이 잇따르면서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에 이어 정책실장까지 교체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경제라인은 사실상 전면 쇄신에 들어갔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해 7월 브리핑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정책실장이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해 7월 브리핑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1일 “김용범 정책실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퇴 배경과 후임 인선은 공개하지 않았다. 형식은 자진 사퇴지만 최근 경제정책 논란과 지지율 하락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실장의 사퇴는 전날 단행된 개각 이후 하루 만에 전격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을,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을 지명하면서도 김 실장은 유임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경제·부동산 정책의 집행 책임은 장관들에게 묻되 청와대가 주도해온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김 실장은 오늘 국무회의 관련해 전날까지도 청와대에서 막판 조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김 실장까지 물러나면서 인사의 의미가 달라졌다. 단순히 내각의 정책 집행 책임자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에도 책임을 물은 셈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7주 연속 하락해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온 상황에서 경제·부동산 정책의 결정과 조율 방식까지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경고에도 레버리지 강행…부동산 역풍에 지지율 30%대

김 실장의 첫 실책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였다.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융당국과 시장 일각에서 위험성을 우려했지만 청와대 정책실이 도입을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되면서 정책 결정 과정의 조율 문제도 불거졌다.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목표가 투기적 상품 확대와 개인투자자 손실 논란으로 번졌고, 금융정책의 세부 사안까지 청와대가 직접 개입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레버리지 상품 도입 이후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야당뿐 아니라 범여권에서도 책임론이 제기됐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이를 “관치 금융의 실패”라고 규정하며 김 실장을 비롯한 정책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정책실장이 아니라 실책실장”이라고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 실장이 레버리지 ETF 사태를 두고 구조적 요인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정책 실패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은 오히려 커졌다. 정책실장이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역할을 넘어 시장을 움직이는 발언과 정책 지시를 반복하면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실장에 대한 결정적인 부담은 부동산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실거주 여부에 따라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차등 적용하는 세제 개편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1주택자에게 거주 여부를 기준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반발이 커졌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도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택 공급 부족이 집값 불안의 근본 원인인데도 정부가 다시 세제와 금융을 앞세워 수요를 억누르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서울·수도권 집값과 전월세 문제가 악화하면서 부동산 정책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이끈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대통령은 전날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을 동시에 교체하며 경제·부동산 정책의 집행력을 높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여기에 김 실장까지 물러나면서 이번 인사는 정책 집행 책임자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기존 정책 결정 방식 자체를 손보려는 신호로 읽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오른쪽)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지난해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오른쪽)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지난해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후임에 김정관·이한주·권대영…정책 방향 가늠자

김 실장의 후임으로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한주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 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세 사람은 정책적 배경과 강점이 뚜렷하게 달라 누구를 기용하느냐에 따라 이재명 정부 2기 경제정책의 무게중심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장관은 산업과 통상 정책의 실행력이 강점으로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산업통상부 장관으로 3대 메가 프로젝트와 5극3특 성장엔진, 대미 투자 협상 등 정부의 핵심 산업정책을 주도해왔다. 김 장관이 이동할 경우 정책실의 무게중심이 재정과 분배보다 첨단산업 육성, 기업 투자, 수출·통상 대응 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에너지 등 대규모 민관 합동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부처와 기업을 직접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현재 대통령 지지율에 타격을 입혔던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선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 특보는 이 대통령의 오랜 정책 멘토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주요 국정과제를 설계했다. 당초 초대 정책실장 후보로도 검토됐지만 이 대통령의 정책 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는 점에서 국정기획위원장에 기용됐다.

이 특보가 정책실장을 맡으면 기존 경제정책의 큰 방향을 유지하면서 국정과제 전반을 재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기본사회와 균형성장, 적극적 재정정책 등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사라는 점이 강점이다. 다만 시장과 산업 현안에 대한 실무 조정 및 속도 조절 능력은 검증 과제가 될 수 있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금융시장과 가계부채 관리, 정책 집행 능력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금융위 금융정책과장과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을 거친 정통 금융관료로 지난해 6·27 대출 규제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칭찬받는 등 신임을 얻었다.

권 부위원장이 기용되면 부동산 금융과 가계대출, 자본시장 등 최근 논란이 된 현안을 안정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크다. 다만 김 실장의 사퇴 배경으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가 지목되는 상황에서 당시 금융당국 2인자였던 권 부위원장을 후임으로 발탁할 경우 정책 책임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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