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패스트트랙 법안 '졸속 심의'...75% 본회의서 뜯어고쳐

정치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후 05:11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조속한 법안 처리를 위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가 생긴 이후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본회의를 통과한 4건 중 3건(75%)은 모두 수정의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회의에서 안건이 수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신속처리안건은 위원회에서 ’졸속 심의‘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을 적극 활용한 ’입법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야당은 국회의 심의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독]패스트트랙 법안 '졸속 심의'...75% 본회의서 뜯어고쳐
1일 국회 사무처가 운영위원회 소속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패스트트랙 제도가 시행된 제19대 국회 이후 이날까지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것은 모두 20개다. 패스트트랙 제도가 생긴 19대 국회에서는 1건도 지정되지 않았지만, 20대 9건, 21대 4건, 22대 7건이다. 패스트트랙은 장기간 법안 심사 지연을 막기 위해 일정 요건을 총족하면 법정기간이 지나 다음 심사 단계로 자동으로 넘어가도록 한 제도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국회 논의기간이 총 90일을 넘기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20건 중 현재 본회의에 부의돼 있는 법안(3건)과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안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처리된 법안 16건 중 원안으로 가결된 것은 4건(25%, 대안반영폐기 포함)에 불과하다. 반면 나머지 12건(75%)은 모두 본회의에서 수정돼 처리됐다. 신속처리대상 안건 4건 중 3건 꼴이다. 특히 19대에서는 지정된 안건 8건 중 임기만료 폐기안건 1건을 제외한 7건 모두가 수정의결됐다. 21대는 3건, 22대는 1건이 수정의결됐다.

대표적인 수정의결된 사례는 득표율을 의석에 더 반영하도록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고위공직자 수사기관을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등이다. 공선법 개정안 원안은 ‘지역구 225석에 비례대표 75석’으로 당시 지역구를 28석 줄이고 비례대표를 28석 늘리는 안이었다. 여기에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현했다. 반면 최종안은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47석으로 당시 기존 의석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례 30석에만 연동률 50%를 적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렇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처음 치러진 2020년 총선(제21대)에서 민주당 주도 비례연합정당(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소수정당 몫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대부분이 수정의결된 것을 두고는 국회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팀장은 ‘국회 안건신속처리제 운영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일반 입법과정에서는 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수정되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신속처리 대상 법안은 위원회 심사단계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결과 본회의에서 수정가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은석 의원은 “무분별한 패스트트랙 남용이 부른 졸속 입법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라며 “여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운 입법 폭주를 멈추고 국회 본연의 심의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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