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이재명 정부의 2기 경제정책을 이끌 ‘李노믹스 2.0’의 컨트롤타워를 누가 맡을지 주목되고 있다. 인공지능(AI)·반도체 중심의 성장전략을 투자와 일자리로 구현하는 집행력을 갖추면서도 물가·금리·집값으로 악화한 민생을 보완하고 시장과 당정·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이 낙점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미 투자와 공급망 등 경제안보 현안까지 아울러야 하는 만큼 국내외 경제 현안을 한데 묶어낼 조정 능력도 인선의 핵심 기준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은 사퇴 후 “기존 정책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새로운 시각으로 정책을 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 대통령에게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성장률은 어느 정도 올라온 만큼 물가·금리·집값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서민을 위한 창의적인 사회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성장과 민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성장전략의 축은 유지하되 그 성과가 가계에 전달되기까지 발생하는 ‘체감의 시차’를 줄일 보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능력이 최우선이라는 것으로 읽힌다. 1기 정책실이 성장의 설계도를 그렸다면 2기 정책실은 이를 투자와 일자리로 구현하면서 민생의 빈틈을 메워야 하는 셈이다.
◇성장 착시 걷어내고 민생 온도 읽어야
김 전 실장 체제에서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의 성장전략이 정책실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마련됐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 세제·대출 규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과 당정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후임자에게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추진력보다 시장의 반응을 읽고 당정과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반도체와 AI 투자, 주가 상승이 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 내부의 낙관론에 휩쓸리지 않고 반도체 밖 산업의 부진과 실질임금 하락, 양극화 등 성장의 그늘까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민주당 정부 청와대에서 주요 경제정책을 설계했던 한 경제학자는 “집권 초기에는 정부 내부에서 모든 정책을 장밋빛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제는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대통령에게도 쓴소리할 수 있는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이외 산업에는 부진한 부문이 적지 않고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낙수효과도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이 줄고 양극화가 심화하는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정책마다 다른 해법을 적용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전력·용수·부지·인허가처럼 여러 부처의 권한이 얽힌 성장 프로젝트는 정책실이 전면에 나서 병목을 뚫어야 한다. 반면 금융·부동산처럼 시장 반응에 민감한 분야에서는 경제부총리와 관계 부처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당정과 시장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조정의 범위는 국내 경제를 넘어 외교·안보 분야까지 넓어졌다. 대미 투자와 공급망 재편으로 통상과 안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정책실과 국가안보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협상력과 정책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실장은 국내 경제뿐 아니라 대외 부문, 특히 경제안보 관련 업무도 다뤄야 한다”며 “안보실과의 통합·조정·협업을 제도화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 컨트롤타워가 ‘한 지붕 두 가족’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정관 부상…민생·금융 경험은 보완 과제
이런 조건을 충족한 인물로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장관은 기획재정부에서 경제분석과장과 종합정책과장, 정책기획관 등을 지냈고 두산에너빌리티에서 기업 현장도 경험했다. 정부와 시장의 사정을 함께 이해하면서 부처와 기업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와 ‘5극3특’ 성장엔진을 추진해온 만큼 성장의 밑그림을 실제 투자로 바꿀 ‘프로젝트 매니저’로 평가받는다. 다만 경력의 무게중심이 거시경제와 산업·에너지 정책에 있어 세제와 금융감독·자본시장, 부동산 정책을 직접 지휘한 경험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김 장관이 기용된다면 모든 현안을 직접 틀어쥐기보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국토교통부·금융당국에 분야별 권한을 주면서 정책실장으로서 성장·민생·경제안보 정책을 한 방향으로 조율하는 능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형 프로젝트의 병목을 푸는 집행력에 더해 시장과 당정의 반응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느냐가 김 장관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릴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현 정부의 성장전략 수립에 참여한 한 산업정책 전문가는 “정책실장은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하고 이를 뒷받침할 실무 경험과 정책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조율할 소통 능력, 글로벌 감각과 함께 시장을 이해하고 그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군인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범정부 조정과 성과 관리, 이한주 정책특보와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이해와 정책 설계가 강점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권대영 부위원장은 금융·위기 대응 경험을 갖췄지만 레버리지 ETF 도입과 부동산 대출 규제의 책임론이 부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