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합 철학, 나와 달라”…이석연 사퇴에 李 ‘통합 리더십’ 균열(종합)

정치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후 02:27

[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정부의 통합 철학이 저와 많이 다르다”며 연임없이 사퇴를 선언했다. 보수 인사 포용을 상징했던 이 위원장이 취임 약 1년 만에 정부와의 철학적 차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물러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통합 리더십’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중도·보수층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이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 국민통합위원장 위촉장 수여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9.15
이재명 대통령, 국민통합위원장 위촉장 수여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9.15
이 위원장은 3일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2026년 9월 9일 자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간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민 각자가 지닌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헌법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바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려고 나름 뛰었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나갈 길이자 이재명 정부 성공의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국민통합에 관한 이 정부의 생각과 철학이 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며 “제가 다시 공직에 나선 것은 헌법에 충성하기 위해서지 정권에 충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이제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퇴가 온전한 자진 결단이라기보다 청와대와의 갈등 끝에 이뤄진 사실상의 경질 또는 결별일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청와대는 이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구체적인 경위나 대통령의 사표 수리 여부 등을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향해 “제가 그간 때로는 결례를 무릅쓰면서까지 말씀드렸던 직언을 국정 운영 과정에서 그 편린이나마 반영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제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물러나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사퇴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수장의 교체를 넘어 이 대통령의 통합 인사 구상이 흔들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보수 성향 법조인인 이 위원장은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이 위원장을 국민통합위원장에 위촉하며 진영을 넘어선 인재 등용과 보수층 포용 의지를 부각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취임 이후 정부·여당의 정책과 국정 운영 방식에 거침없이 쓴소리를 해왔다. 지난달 18일에는 방송 토론에 출연해 이 대통령에게 민주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으로 돌아오라”고 공개 건의했다. 또 “현재의 국정 난맥과 극심한 국론 분열에 대통령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도 했다.

검찰·사법개혁 등 여권이 추진하는 주요 현안을 놓고도 속도전과 일방적인 입법을 경계했다. 앞서 청와대 행정관이 자신의 공개 발언을 문제 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히며 “무례하다”고 반발하는 등 청와대와의 불편한 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의 사퇴가 당장 권력 누수나 레임덕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통합위가 주요 정책을 결정하거나 집행하는 핵심 권력기관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에 직언해온 보수 인사가 “정권이 아닌 헌법에 충성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과 민생 문제 등으로 중도층 이탈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통합 인사의 상징마저 중도하차하면서 이 대통령의 외연 확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야권이 이번 사퇴를 ‘쓴소리를 내친 인사’로 규정하며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지난해 9월 국민통합위원장에 위촉됐다. 당시 대통령령상 위촉위원 임기는 1년이었지만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민통합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임기를 2년으로 연장했다. 개정된 임기는 기존 위촉위원에게도 소급 적용됐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였지만 절반가량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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