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美, 대미투자에 반도체도 제기…아직 초기 논의 단계”(종합)

정치

이데일리,

2026년 9월 04일, 오전 11:43

[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한미가 20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에너지 사업을 검토해온 가운데 반도체 분야도 실제 투자 논의 대상에 새로 오른 것으로 청와대가 공식 확인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반도체 투자를 전략투자 재원으로 집행할지, 국내 기업의 별도 직접투자로 추진할지가 향후 협상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투자 문제에 대해 “미국 측의 제기가 있었고 논의 대상이 된 것은 현실”이라며 “아직 미국 측이 제기해 논의 대상이 된 초기 단계로, 어떤 방식으로 귀결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최근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여부와 관세 감면을 연계하는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반도체 투자 문제도 논의 중이라는 점을 공식화 한 것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관세 혜택을 연계한 새로운 관세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이를 “표적화되고 신중한 관세 정책”이라고 규정하면서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지만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면 세계 최고의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관세를 낼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는 관세를 감면하거나 면제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해 현지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7월 9일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마이크론의 신규 메모리 반도체 공장 착공 행사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거론하며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마이크론의 미국 투자가 경쟁사들의 현지 생산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당시에는 투자 유치 의지를 밝히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에는 관세라는 구체적인 압박 수단을 꺼내 들었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 약속이 총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며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대표적인 성과로 제시했다.

특히 마이크론이 미국에서 메모리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단순한 연구개발(R&D)이나 후공정 투자가 아니라 웨이퍼에서 D램 등을 생산하는 팹을 미국에 건설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에 대해 “여러 가지 발언을 하지만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측면에서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한미 간 다양한 현안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협상의 정체·저해 요인이 되고 있고, 투자와 반도체가 논의 대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로 저해 요인이나 장애 요인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는 애초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가 정한 투자 가능 분야에 포함돼 있다.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는 2000억달러의 전략투자와 1500억달러의 조선협력 투자로 구성되며, 전략투자 대상에는 에너지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이 명시돼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미국이 제안한 1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인 △200억달러 규모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소 프로젝트 △160억달러(약 22조원) 규모 탄소포집·저장(CCUS) 프로젝트(미드웨스트 카본 익스프레스)를 놓고 협상을 해 왔다. 여기에 미국 측이 반도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실제 프로젝트 논의가 에너지에서 반도체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관건은 반도체 투자 방식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 생산시설 건설을 요구할 경우 이를 2000억달러 전략투자에 포함할지, 기업의 별도 직접투자로 분류할지에 따라 한국 측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별도 투자로 처리되면 기존 투자 약속에 추가 부담까지 얹는 ‘중복 청구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