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그동안 중동 정세와 국회 동의, 한반도 대비태세 등을 고려해 군사적 개입에 신중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직접 지목해 “미국은 한국을 돕는데 한국은 이란 문제에서 돕지 않았다. 기억해 두겠다”고 압박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이 미국 쪽으로 움직이자 이란은 즉각 경고장을 날렸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한국이 미국의 호르무즈 군사작전에 참여하면 이를 이란에 대한 ‘침략 가담’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동맹 신뢰가 흔들리고, 수용하면 이란과의 관계와 교민·선박의 안전이 위협받는 딜레마다.
반도체에서도 대미투자 합의의 틀이 꼬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이 반도체 투자를 제기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초기 단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미국의 추가 투자 요구가 공식적인 협상 의제로 들어온 셈이다.
한국은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를 조선 협력에 투입하고, 2000억달러는 대미투자펀드로 조성해 우선 에너지분야를 중심으로 연간 200억달러씩 집행할 계획이었다. 투자 부담과 외환시장 충격을 관리하기 위한 안전판이었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관세 감면 조건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요구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반도체 투자를 펀드 밖에서 별도로 하면 한국의 실질 부담이 3500억달러를 넘어선다. 펀드에 포함하면 에너지·원전 등 기존 사업 구성을 다시 짜야 한다. 어느 쪽이든 애초 합의한 틀이 흔들린다.
미국 투자가 늘면 용인과 호남 반도체 거점 등 국내 생산기반이 약해질 우려도 있지만 반도체 관세와 미국 시장이 걸려 있어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 수립에 참여한 한 외교·통상 전문가는 “미국이 안보와 통상 현안을 한데 묶어 한국이 거절하기 어려운 분야부터 압박하고 있다”며 “사안마다 밀리듯 대응하면 파병은 파병대로 하고 대미 투자도 당초 합의를 넘어 확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동맹 기여의 범위와 3500억달러 투자 한도를 명확히 제시하고, 추가 요구에는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