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동방신기 유노윤호가 전한 한마디가 예기치 못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짧고 강렬한 ‘레슨 화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밈(meme)으로 확산됐다. 진지한 태도, 다소 오글거리는 표현, 어딘가 엇박인 리듬감까지 대중은 그의 ‘과몰입 진심’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며 놀이하듯 소비하기 시작했다.

유노윤호(사진=이데일리DB)
‘레슨 밈’는 각종 숏폼을 통해 하나의 놀이 문화로 확산 중이다. 유노윤호가 전한 ‘조언’들은 “세 번째 레슨, 일희일비 않기”, “네 번째 레슨, 긍정은 선택” 같은 형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트위터, 유튜브, 틱톡 등에서는 이를 모사한 릴스와 커버 영상이 줄을 잇는다.
특히 MZ세대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유노윤호의 말투를 따라 하거나 새로운 레슨을 만들어내며 ‘윤호 월드’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예능, 광고계에서도 그의 ‘레슨 캐릭터’를 활용한 제안이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노윤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지 말투나 밈 때문이 아니다. 그 안에는 데뷔 23년 차 아티스트의 진심, 성실함, 진중함이 배어 있다. ‘진심이 과하면 웃음이 된다’는 역설은 그에게도 적용됐다. 그러나 이 웃음은 비웃음이 아닌 호감이다.
이는 K팝 아티스트가 자신의 자의식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방식으로 대중과 새로운 방식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증거다. 유노윤호는 여전히 무대에서, 방송에서 자기 확신을 담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고, 대중은 그 진심을 ‘레슨’이라는 언어로 즐기고 있다.

인스타그램 릴스에 확산 중인 유노윤호 ‘레슨 밈’(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유노윤호의 ‘레슨 밈’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관련 영상 클립은 유튜브에서 수백만 뷰를 넘기며 화제몰이 중이다. SNS 해시태그 ‘#윤호레슨’ ‘#유노윤호레슨’ 등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각각 3000건 이상 콘텐츠로 쌓이고 있다.
음원차트 역주행도 이어지고 있다.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이달 3∼5일 2021년 발매된 유노윤호의 ‘땡큐’ 감상자 수는 1개월 전인 6월 3∼5일보다 무려 56배나 증가했다. 음원 발매 4년 만에 역주행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 6일에는 SM 후배 그룹 라이즈의 콘서트 현장을 찾아 ‘레슨 완료’라는 제목으로 ‘땡큐’ 챌린지 영상을 촬영, 24시간이 채 되기 전에 6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광고계 러브콜도 기대된다. ‘자기계발’ 캐릭터와 맞물리는 모델 섭외, 유노윤호의 레슨 모먼트를 모은 이모티콘 상품 출시 등이 손꼽히고 있다.
유노윤호의 ‘레슨’은 단지 한 아티스트의 개성이 확산된 사례가 아니다. 콘텐츠 과잉 시대에 스타의 자의식과 퍼스널 브랜딩이 어떻게 밈과 연결되고, 그것이 팬덤 외부까지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콘텐츠 소비를 유도하고, 브랜드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으로 ‘밈’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같은 현상은 2020년 가수 비(RAIN)의 ‘깡’ 역주행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진중한 퍼포먼스가 역설적으로 대중의 웃음을 자극했고, ‘1일 1깡’ 신드롬으로 확산되며 비는 음악·예능·광고 등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유노윤호 역시 지금, 비슷한 지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