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의 교복시절 스틸
'아이'(천옌페이(진연비) 분)는 대만 최고의 명문인 제일여고에 입학한다. 하지만 엄마의 강요로 주간반이 아닌 야간반에 다니게 된 사실이 부끄럽다. 주간반과 야간반은 수업 시간도 다르지만 교복 위 명찰 색깔도 다르다. 아이는 야간반의 흰색 명찰 색깔을 드러내는 것도, 짝퉁 엘리트가 된 것도 불만이다.
아이는 자신과 책상을 공유하는 짝꿍인 주간반 '민'(샹제루(항첩여) 분)과 손 편지를 주고받다 가까워진다. 둘은 다른 색깔의 명찰이 새겨진 주간반과 야간반 교복을 교환해 함께 땡땡이를 치자고 제안하고, 둘만의 우정은 쌓여간다. 아이는 자신과 달리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민과의 시간이 행복하다.
어느 날 아이는 민 역시도 제일고 인기남 '루커'(치우이타이(구이태) 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는 아르바이트 중인 탁구장에서 루커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다. 둘은 민 몰래 탁구장에서 더욱 가까워지고, 루커의 마음도 아이를 향하지만, 아이는 열등감에 계속해서 루커 앞에서 주간반 행세를 한다.

우리들의 교복시절 스틸
11일 개봉한 '우리들의 교복 시절'은 성적도, 가족도, 짝사랑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명문 여고 야간반 학생 '아이'가 모든 것이 완벽한 주간반 책상 짝꿍 '민'과 절친이 되면서 비밀스러운 교복 교환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청춘 성장 로맨스다. 지난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돼 호평을 받았으며, 제21회 홍콩아시안필름페스티벌, 제61회 금마장 등 영화제에서도 주목받았다.
'우리들의 교복 시절'은 이젠 하나의 장르가 된 '대만 청춘 영화'의 감성을 톡톡히 전한다. 풋풋한 설렘과 몽글몽글한 감성, 청량감 넘치는 특유의 싱그러운 영상미로 관객들을 단숨에 '그 시절'로 데려다 놓는다. 다만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향수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창 시절의 사랑과 우정 사이 고민과 더불어 각자의 '성장통'으로 이야기를 촘촘하게 확장한다.
영화는 1997년을 배경으로, 주인공 아이의 3년간의 고등학생 시절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이는 빚만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아빠 없이 엄마, 여동생과 살아가는 인물로, 생활력 강하고 억척스러운 엄마를 이해하지 못해 계속해서 갈등한다. 엄마는 어떻게 해서든 공립대로 딸을 진학시키고 싶어 하지만, 아이는 야간반 입학을 강요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 엄마가 야속하다.
야간반이라는 열등감은 학창 시절 내내 아이의 마음을 짓누른다. 루카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함께 학원에 다니며 주간반 행세를 하고, 지도 교수가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 거짓말은 결국 루카는 물론, 민과의 관계에도 균열을 낸다. 스스로 낸 상처이지만 아물기는 어렵다. 영화는 아이의 마음속 상처를 빠르게 극복하지 않는다. 서서히 치유되고 성장하기까지 섬세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들의 교복시절 스틸
영화는 대만의 1990년대 사회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했지만 시대와 국적을 초월해 오늘날 국내 관객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한다. 치열한 입시 경쟁과 성적 서열화, 학업 스트레스 등은 마치 한국의 교육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 매우 유사한 모습으로 공감을 자아낸다. 극 중 대만의 풍경과 생활상, 문화적 정서에서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대만은 가까운 나라로도 느껴진다.
대만의 921 대지진은 영화 속 인물들에게도 큰 전환점이 된다. 대지진이 실제로 대만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던 만큼, 이를 계기로 아이는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고 진정으로 화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촹칭션 감독은 "지진을 겪은 사람들은 거의 죽음의 공포를 모두가 느꼈기 때문에 그 사건 자체를 절대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921 지진을 겪으면서 대만 사회가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외려 스스로 고난에서 헤쳐나갈 수 있는 기회와 힘을 얻었다"며 "전대미문의 어떤 큰 사건을 겪으면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앞으로 나아갈 삶에 대한 희망을 더 크게 느끼게 됐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새로운 청춘스타의 탄생을 알린 배우들의 열연도 풋풋하고 사랑스럽다. 영화는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청설' '나의 소녀시대' '여름날 우리' '상견니' 등 국내에서도 흥행하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대만 청춘 영화 열풍을 이어갈 만한 매력과 이야기를 보여준다. 밀도 높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청춘의 내면을 섬세하게 다룬 탁월한 연출력, 모두가 각자 인생에선 조연이 아니라는 마지막 여운까지 남기는 완성도로 대만 청춘 영화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영시간 109분.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