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MBC가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를 발표한 가운데, 故오요안나 유족 측이 반발했다.
15일 MBC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故 오요안나 님의 1주기를 맞았습니다. MBC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며 "MBC는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故오요안나의 모친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방송 및 언론 노조 등 총 44개 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MBC 측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故오요안나는 2021년부터 MBC 기상캐스터로 활동했지만, 2023년 9월 15일 세상을 떠났다. 유족 측에 따르면 故오요안나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17장의 유서를 남겼으며, 이후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실명이 확산돼 파장을 일으켰다. 고용노동부는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故오요안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괴롭힘으로 볼 만한 행위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MBC 측은 "관련자에 대한 조치와 함께 조직문화 전반을 개선해 나가겠다"며 가해 주동자로 언급된 기상캐스터 A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다만 A씨 외에 가해자로 지목됐던 3인과는 재계약을 진행해 반발이 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故오요안나 유족 측이 A씨에 대한 5억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
이에 미디어 비정규직 노동인권 단체 '엔딩크레딧' 진재연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7월 30일 유가족이 MBC 안영준 사장 만나 미팅을 했다. 8월 22일 유가족과 직장갑질 119, 엔딩크레딧이 MBC 측과 만났다. 그 곳에서 공개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MBC 내 비정규직 프리랜서 전수조사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MBC는 지금까지 제대로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MBC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싸움에 함께 해주시길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특히 故오요안나의 모친은 "요안나를 죽게 한 선배들과 MBC의 행동이 생각하면 너무 끔찍했다. 뻔뻔하고 야비한 모습에 절망스러웠다. 젊은 여성의 피를 뽑아서, 뼈를 갈아서 방송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안나는 너무너무 살고싶어했다. 살고 싶고, 일하고 싶어서 발버둥 치고 얼마나 살려고 노력했는지 모른다. 제가 그만두라고 했는데도 꿈이 있어서 끝까지 하겠다고 했다. 그런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MBC는 요안나가 죽은 후 부고 조차 내지 않으며 모른척 했고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그는 "MBC와 두 번 만나 요구안을 전달하며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성의도 없고 해결의 의지도 없다. 너무 자존심 상하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봤다"며 "MBC를 용서할 수가 없다. 한 생명은 우주다. 하지만 MBC는 수년을 일했어도 프리랜서라고, 비정규직이라고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한다. 싸우면서 알았다. 저는 요안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방송 미디어 산업의 수많은 청년들이 우리 요안나처럼 고통받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딸이 보고싶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너무 막막하고 답답하다. 제발 도와달라. 1주기 전에 문제가 해결되고 MBC에서 더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 저는 요안나의 억울함을 풀고 떳떳한 엄마가 되려고 한다"고 눈물 흘렸다.
이런 가운데 MBC 측은 故오요안나의 1주기를 맞아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를 발표했다. 이어 "신설되는 '기상기후 전문가'는 기존 기상캐스터의 역할은 물론 취재, 출연, 콘텐츠 제작을 담당해, 전문적인 기상/기후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며 "'기상기후 전문가'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 일반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원 자격은 기상/기후/환경 관련 전공자나 자격증 소지자 또는 관련 업계 5년 이상의 경력자이며,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도 지원이 가능하다. '기상기후 전문가' 채용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채용 일정과 방식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민사소송 당사자 간의 동의가 이뤄질 경우, MBC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MBC의 결정에 故오요안나의 유족을 비롯해 엔딩크레딧, 직장갑질119 측은 즉각 공동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이들은 "MBC의 발표는 故오요안나 캐스터의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현재 일하는 기상캐스터가 공채 경쟁에서 떨어지면 해고당하는 안"이라며 "어머니가 제2의 오요안나를 막기 위해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를 위해 단식했는데 그 결과가 동료를 MBC에서 잘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안형준 MBC 사장과 MBC 사측이 농성장을 방문했을 때 한 마디도 꺼내지 않다가 시민사회단체가 추모제를 여는 시간에 맞춰 보도자료를 냈다"며 "이는 유족과 시민사회를 철저히 무시하고 기만하는 것이며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짓밟는 행위"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공식 사과·재발 방지 입장 표명 ▲명예 회복·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노동조건 개선 ▲MBC 자체 진상조사 결과 공개 등 유족 측 요구를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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