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흐른 가운데 유족은 여전히 울분을 토해내고 있지만 MBC 기상캐스터들은 블랙 의상으로 묵묵히 추모의 뜻을 전했다.
지난 15일 故 오요안나의 1주기 방송에서 MBC 기상캐스터들의 복장이 눈길을 끌었다. 평소 다채로운 스타일로 시청자들에게 밝은 이미지를 전달했던 이들이 이날만큼은 검은색 계열의 단정하고 차분한 의상을 택해 고인을 기렸다.
‘뉴스투데이’에서 날씨를 전한 김가영 캐스터는 짙은 네이비 원피스를 입었고, 12시 ‘뉴스데스크’의 이현승 캐스터는 블랙 원피스에 깔끔한 헤어스타일로 단정함을 더했다. 5시 ‘뉴스와 경제’와 저녁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금채림 캐스터 역시 차분한 블랙 원피스를 착용했다. 전날과 다음날의 의상과 뚜렷한 대비를 보이면서, 이날 선택이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선 조용한 애도의 의미를 알렸다.
MBC는 고인의 1주기를 맞아 기상캐스터 제도 개편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프리랜서 형태로 운영되던 기존 시스템을 종료하고, ‘기상 기후 전문가’를 정규직으로 채용해 기상 정보 전달은 물론 관련 콘텐츠 제작과 출연까지 아우르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 또한 故 오요안나 사건 관련 조사 결과를 유족과 피고 측이 동의할 경우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에 대해 유족 측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고인의 어머니는 “정작 오요안나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발표”라며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정규직화를 위해 단식까지 했던 고인의 어머니 노력의 결과가 오히려 동료들을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故오요안나의 어머니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안나를 죽게 한 선배들과 MBC의 행동이 생각하면 너무 끔찍했다. 뻔뻔하고 야비한 모습에 절망스러웠다. 젊은 여성의 피를 뽑아서, 뼈를 갈아서 방송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어 그는 "우리 안나는 너무너무 살고 싶어 했다. 살고 싶고, 일하고 싶어서 발버둥 치고 얼마나 살려고 노력했는지 모른다. 제가 그만두라고 했는데도 꿈이 있어서 끝까지 하겠다고 했다. 그런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MBC는 요안나가 죽은 후 부고 조차 내지 않으며 모른 척했고 자체적으로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한편 故 오요안나는 2024년 9월 14일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비극적인 사망 소식은 세 달이 지나서야 알려졌다.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17장 분량의 유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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