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홍동희 선임기자) 1990년대 CF를 휩쓴 톱모델, 국립극단 시즌 단원을 거쳐 브라운관의 강렬한 신스틸러로, 배우 김한의 이력은 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렵다. 최근 종영한 MBN 드라마 '퍼스트레이디'에서 그는 극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핵심 인물 '도태훈'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김한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퍼스트레이디' 종영을 맞아 만난 김한은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고찰을 쏟아냈다. 그가 연기한 도태훈은 주인공 현민철(지현우 분)의 고아원 형으로, 공장 화재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지만 '도태훈법'으로 남아 마지막까지 극의 중심을 잡았다.
"드라마에서 직접 출연하지 않아도 모두가 '도태훈'을 외쳤죠. 어느 에피소드에서는 이름만 20회 이상 불리더군요." 그는 이처럼 상징적인 인물을 연기하며 '영웅'이 아닌 '일상'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영웅적인 인물처럼 들리지만, 오히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은 인물이라 생각하고 그 상황에 충실하려 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어깨까지 오던 머리를 자르고 수염을 길렀고, 8kg 정도 감량해서 공장 점거 농성 때의 치열함과 열악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가 해석한 도태훈은 "대단히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지만, 주위 사람들을 최대의 배려와 사랑으로 대하는 '엄마 스타일' 혹은 '평범한 큰형' 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편집된 장면을 아쉬워하며 "실신한 민철을 구하고 다른 동료를 구하러 가다 죽는 비하인드가 있었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인물로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깊이 있는 캐릭터 분석은 그가 100여 편의 연극 무대에서 쌓아 올린 내공에서 비롯됐다. 1996년 청바지 광고 모델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그는 이른 성공에 취했던 과거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연기를 대충 하며 건방도 떨고 잘난척도 했습니다. 너무 일찍 주조연을 하며 바람도 많이 들었죠."
그의 배우 인생에 '표지판'이 된 것은 연극 무대였다. "삶과 연기에서 방황할 때 연극 '빛의 제국' 오디션에 합격했고, 이후 국립극단 시즌 단원으로도 2년간 활동했습니다.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빛의 제국'은 제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연극을 통해 배운 것은 기술이 아닌 '태도'였다. "작품과 관객을 대하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고 충실히 준비하고, 많이 준비했다 생각할 때 더 준비하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김한은 무대와 매체의 차이를 '콘서트'와 '녹음실'에 비유했다. "연극은 관객과 직접 호흡하며 가족 같은 느낌이 드는 '콘서트' 같고, 드라마는 디테일하게 끊어가며 인물과 작품만 생각하는 '녹음실' 같습니다. 둘 다 다르지만 연기라는 한 뿌리기에 즐겁고 조심스럽죠."
이러한 태도는 '퍼스트레이디'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매체 연기를 보며 느끼던 절망감에서 빠져나온 듯합니다. 어릴 때는 드라마 현장의 긴장감이 '두려움'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설레는 긴장감을 느꼈습니다."
최근 그는 틱톡을 통해 팬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처음엔 공연 홍보차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 자체로 많은 에너지를 받고 즐겁습니다." '재발견'이라는 반응에는 "아직은 재발견이라기보다는 구석에 먼지 묻은 '재고 발견' 정도 아닐까요? 메인 진열대로 가기 위해 더 신중히, 급하지 않게 노력하겠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틱톡에서 '당신의 미소가 제 하루를 밝혀주네요' 같은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더 열심히 살려 노력합니다. 전혀 자극적이지 않은 심심한 콘텐츠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차기작으로 내년 3월 홍콩에서의 '빛의 제국' 투어 공연이 확정됐다는 김한. 그는 '퍼스트레이디'를 사랑해준 시청자들과 오랜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도태훈' 이름이 계속 언급돼 부담스러웠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데뷔는 오래되었지만 부침이 많아 자주 인사드리지 못했습니다. 작품으로 더 자주 뵐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변치 않고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사진=본인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