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의악단' 역주행이 시사하는 것 [M-sc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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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6년 1월 13일, 오전 08:40

(MHN 홍동희 선임기자) 거대 자본과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습 속에서, 투박하지만 뜨거운 '사람의 이야기'가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 '신의악단'(감독 김형협)이 '주토피아 2'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3위에 등극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순위 바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데이터가 증명하는 '진심의 승리'이자, 2026년 극장가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시그널이다.

 

◆ '좌석판매율'의 역설... 스크린 수 열세를 뒤집다

1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신의악단'은 일간 박스오피스 3위로 올라섰다.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가진 '체급'이다. '아바타: 불과 재'(좌석수 508,840석, 1월12일 기준)나 '주토피아 2'(좌석수 230,791석)가 확보한 스크린 수에 비하면 여전히 '신의악단'(좌석수 122,488석)의 점유율은 절대적인 열세다.

하지만 효율성 지표인 '좌석판매율'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의악단'은 개봉 이후 줄곧 동시기 개봉작 중 압도적인 좌석판매율 1위를 유지해왔다. 이는 극장이 배정해 준 좌석보다 관객의 수요가 훨씬 높다는 뜻이다. "빈 좌석이 없다"는 현장의 아우성은 결국 멀티플렉스 3사의 상영관 확대 편성을 강제했다. 앞서 '신의악단'의 개봉일(2025년 12월 31일)의 좌석수는 '아바타3: 불과 재' 809,710석의  10분의 1 수준인 불과 83,119석(좌석점유율 4.0%)에 불과했다.

1월12일자 좌석판매율 순위. 출처: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1월12일자 좌석판매율 순위. 출처: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통상 개봉 3주 차에 접어들면 스크린이 줄어드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나, '신의악단'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을 만들어냈다. 이는 철저히 관객의 선택이 만들어낸 강제적 역주행이다.

 

◆ 피로감 씻어내는 '아날로그 감동'의 힘

왜 하필 '신의악단'일까. 영화계 안팎에서는 관객들이 '시각적 피로감' 대신 '정서적 위로'를 택했다고 분석한다. 화려한 CG와 스펙터클이 주는 도파민도 좋지만, 팍팍한 현실 속에서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줄 '온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김형협 감독은 "서로를 속고 속이는 아이러니 속에서 피어나는 본심(本心)"을 연출의 핵심으로 꼽았다. 북한 보위부 장교가 가짜 찬양단을 만든다는 기상천외한 설정은 코미디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속내에는 이념과 생존을 넘어선 인간애가 흐른다. 10년 만에 복귀한 박시후의 깊어진 눈빛과 정진운의 재발견, 그리고 오합지졸 악단원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기술력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사람 냄새'를 풍긴다. 관객들은 기계적인 완벽함보다는, 조금 서툴러도 뜨거운 이들의 땀방울에 반응했다.

◆ '팬덤'을 넘어선 '문화 현상'으로

이 영화의 흥행 동력 중 또 하나는 특이한 관람 형태다. 초기 기독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시작된 단체 관람 열풍은 이제 일반 관객층으로 전이되며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화예배'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킬 정도다.

특히 영화 속 음악을 따라 부르는 '싱어롱 상영회'의 폭발적인 반응이다.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체험하고 공유하는 것에 익숙한 현대 관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서울 무대인사 전석 매진에 이어 지방 무대인사까지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현상은 이 영화가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음을 시사한다.

 

◆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위한 희망

'신의악단'의 선전은 한국 영화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텐트폴 영화나 범죄 오락 액션 장르가 아니더라도, 진정성 있는 이야기와 기획력이 있다면 언제든 관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다윗' '신의악단'이 던진 돌멩이가 '골리앗'들이 점령한 극장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역주행은 이제 시작됐다. 이 영화가 써 내려갈 최종 스코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사진=CJ CGV,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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