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엄마 밥이라는 치트키…'기생충' 모자의 변신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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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1월 30일, 오전 11:47

'넘버원' 스틸 컷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넘버원'은 일본 우와노 소라 작가의 단편 소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의 시작은 소설의 설정과 같다. 2010년, 고등학생 하민(최우식 분)은 밥을 먹다가 눈앞에 생긴 숫자를 보게 된다. 이 숫자는 한 끼를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데, 배달 음식을 먹을 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얼마 뒤에 하민은 알게 된다. 숫자는 엄마 은실(장혜진 분)이 해준 밥을 먹을 때만 줄어드는 것이었다. 하민은 꿈에서 돌아가신 아빠(유재명 분)을 만난다. 아빠는 하민에게 "저 숫자 0이 되면 느그 엄마는 죽는다"고 숫자의 비밀을 말해준다. 그리고 당황한 하민을 안심시킨다. "다 니 팔자다. 그런데 팔자는 변한다."

그날부터 하민은 기를 쓰고 엄마 음식 먹는 일을 피하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현재 시점. 부산 출신인 하민은 대학 입학을 위해 상경하고, 이후 소주 회사에 들어가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산다. 여전히 엄마가 해준 음식은 먹을 수가 없다. 엄마의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자기 눈에만 보이는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유년 시절을 보육원에서 보낸 하민의 여자 친구 려은(공승연 분)은 아들의 집에 들린 은실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에게 따뜻한 정을 느낀다. 급기야 려은은 프러포즈하는 하민에게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것을 수락 조건으로 내건다.
'넘버원' 스틸 컷


'넘버원' 스틸 컷

'넘버원'은 '엄마의 밥'이라는 치트 키를 내세운 휴먼 드라마다. 정겨운 사투리가 가득한 부산을 배경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지만 가깝게 지낼 수는 없는 모자(母子)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엄마가 해준 집밥은 언제나 마음이 따뜻하고 푸근해지는 어떤 것인데, 그것을 먹을 때마다 엄마의 수명이 줄어들어 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다분히 영화적이다. '넘버원'은 이 같은 아이러니를 밝고 따뜻한 휴먼 드라마로 풀어낸다. 장르가 드라마인 만큼, 왜 숫자가 생기고, 숫자의 규칙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데에는 따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규칙에 대한 설명은 아빠가 꿈속에서 해주는 이야기로 간단히 처리된다. 영화는 엄마의 밥을 먹을 수 없는 하민과 그런 아들에게 섭섭함과 걱정을 동시에 느끼는 은실의 감정에 집중한다.

지난해 영화 '세계의 주인'에서 딸의 고통을 이해하고 품는 씩씩한 엄마 태선을 연기했던 장혜진은 이번 영화에서 가족을 잃는 고통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남은 아들 하민을 키워낸 엄마 은실을 현실감있게 보여준다. 부산 출신인 그는 사근사근한 부산 사투리와 섬세한 표정으로 부드럽지만 강인한 엄마의 얼굴을 독창적으로 표현해냈다. 영화 '기생충'에서 장혜진과 모자 사이를 연기한 최우식은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얻어낸다.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보여주는 연출은 환상 같은 설정의 신비로움과 어울린다. 장르를 드라마로만 잡고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영화의 미스터리한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준다. 장르적 확장 없이 관계와 갈등에 집중한 전개는 취향과 선택의 문제일 터다. 다만 결말에서 설정과 관련한 납득 할만한 마무리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넘버원'은 음식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 부산의 노포 맛집이 다수 등장해 반가움을 안긴다. 특히 은실이 아들에게 끓여주는 경상도식 칼칼한 쇠고기뭇국과 콩잎 반찬 같은 것은 한국 관객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며 시각과 후각, 미각을 자극한다. 작고 소박하지만, 엄마가 해준 음식처럼 따뜻한 맛이 있는 영화다. 러닝 타임 105분. 오는 2월 11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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