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홍동희 선임기자) 원로 여배우가 사장이 되고, 후배 스타들이 직원이 되어 한옥에서 외국인 손님을 맞는다. MBC every1의 신규 예능 '호텔 도깨비'의 시놉시스를 처음 접했을 때, 대다수의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tvN의 히트작 '윤스테이'를 떠올렸을 것이다. "또 한옥 예능이야?"라는 기시감 섞인 우려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호텔 도깨비'는 달랐다. 겉모양은 비슷해 보였으나 그 안을 채우는 공기의 온도와 지향점은 확연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윤스테이'가 호텔리어들의 완벽한 의전을 보여주는 '세련된 다큐멘터리'였다면, '호텔 도깨비'는 서툴지만 손님과 뒹굴고 땀 흘리는 '좌충우돌 휴먼 드라마'다.
'시크한 보스' 윤여정 VS '제주의 엄마' 고두심
가장 큰 차이는 프로그램의 심장인 '보스'의 캐릭터다. '윤스테이'의 윤여정이 특유의 위트와 시크함,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손님들을 압도하는 세련된 '글로벌 호스트'였다면, '호텔 도깨비'의 고두심은 우리네 'K 엄마' 그 자체다.
제주도가 고향인 고두심에게 이곳은 단순한 촬영지가 아닌 삶의 터전이다. 그녀는 유창한 영어 대신 투박한 제주 사투리로 손님을 맞고, 영어가 막힐 땐 "저스트 어 모먼트(Just a moment)"를 외치며 발을 동동 구른다. 하지만 그녀에겐 윤여정에게 없던 '스킨십'이 있다. 시장 상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떠나는 손님을 끌어안고 펑펑 우는 고두심의 모습은 비즈니스적인 접객을 넘어선 '한국의 정(情)'을 보여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따뜻한 'K-마더'의 힘이다.
'완벽한 코스 요리' VS '태워 먹은 붕어빵'
서비스의 지향점도 다르다. '윤스테이'가 정갈한 코스 요리와 철저한 업무 분담을 통해 '프로페셔널함'을 추구했다면, '호텔 도깨비'는 그야말로 '우당탕탕'이다.
배우 손나은이 손님에게 줄 붕어빵을 까맣게 태우고 당황하거나, 직원들이 손발이 안 맞아 허둥대는 모습은 예능적인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 실수를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서툰 모습 덕분에 손님들은 직원들을 어려워하지 않고 '가족'처럼 느낀다. 사랑방에 둘러앉아 식혜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함께 비빔밥을 비벼 먹는 장면은 격식 있는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사람 냄새'를 풍긴다. 멋짐을 포기한 대신 친근함을 얻은 영리한 선택이다.
'보는' 한옥에서 '함께 뛰는' 제주로
마지막 차별점은 공간의 확장성이다. '윤스테이'가 고요하고 아름다운 한옥 내부의 미학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호텔 도깨비'는 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들은 호텔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운영진과 외국인 손님이 팀을 이뤄 새벽 4시에 한라산을 등반하고, 감귤 농장에서 귤을 따고, 시끌벅적한 제주 오일장을 함께 누빈다. 정적인 '관찰' 예능에서 벗어나, 함께 땀 흘리고 체험하는 '액티비티 여행 버라이어티'로 진화한 것이다. 제주의 푸른 바다와 오름 등 역동적인 풍광이 더해지며 시청자들에게 보는 맛까지 선사한다.
결론적으로 '호텔 도깨비'는 오히려 기존 한옥 예능이 놓치고 있었던 '교감'과 '체험'이라는 가치를 채워 넣은 진화된 형태의 예능이다. 딱 일주일만 열렸다 사라지는 이 신비로운 호텔에는 화려한 서비스는 없지만, 대신 사람의 체온이 있다. 2026년의 시청자들이 원했던 건 어쩌면 완벽하게 세팅된 식탁보다, 조금 서툴러도 따뜻하게 잡아주는 손길이 아니었을까. 앞으로 '호텔 도깨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MBC에브리원, tv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