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어느 날, 하민(최우식)은 허공에 떠있는 빛나는 숫자를 보게 된다. 숫자는 엄마의 음식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들고, 하민은 이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숫자의 의미를 알게 된 하민은 엄마를 지키기 위해 밥을 미리 먹고 들어오거나 집을 비우는 등 의도적으로 은실과 거리를 두지만 둘 사이 오해는 쌓이게만 되는데…과연 하민은 은실을 지킬 수 있을까?
▶비포스크리닝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부모와 나에게 남은 시간'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동화 같은 상상력으로 녹여낸 원작은 일상적인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호평받은 바 있다. 원작의 감동을 얼마나 스크린 위에 옮겨내느냐가 흥행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배우 라인업은 탄탄하다. '기생충'에서 모자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최우식과 장혜진이 재회한 것. 전작으로 미국 영화배우조합 최고상인 '앙상블상'을 받기도 한 두 사람인 만큼 이번엔 어떤 케미스트리를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연출은 김태용 감독이 맡는다. '거인' '여교사'에 이은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첫 상업영화다. 아직 흥행 면에선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는 그인 만큼, 이번에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 중 하나다.
▶애프터스크리닝
'거인' '여교사' 등 주로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만을 연출해온 김태용 감독이 새로운 옷을 입었다. 사뭇 달라진 분위기에 김 감독은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라드만 부르다가 댄스 가수가 된 기분"이라며 어색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겸손한 소감과는 달리 만듦새가 꽤나 괜찮다. 특히나 작품의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환한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에 들어선 것처럼 따스한 분위기가 장면 곳곳에 감돌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뭉클해진다.
작품의 배경을 서울과 부산으로 설정한 점도 탁월했다. 부산 출신답게 자신의 고향을 섬세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다. 은실이 뛰어다니는 시장부터 집에 방문할 때마다 지나치는 돌계단, 집으로 향하는 두 모자 뒤편으로 펼쳐지는 해안가까지 어디 하나 빠짐없이 사람 냄새가 풀풀 나 고향 생각에 절로 두 눈을 감게 한다. 혼자 사는 삶, 배달음식, 직장 회식이 익숙한 서울과 대조되어 더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하기도 한다.
여기에 현실감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가 활력을 더한다. 최우식은 첫 사투리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부산 사투리 특유의 말맛을 제대로 살렸고, 장혜진은 최우식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것답게 완벽한 케미를 완성하며 실제 모자를 방불케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장혜진의 존재는 '넘버원'의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따스함, 우직함, 연약함, 의지를 시시각각 변하는 눈빛과 안색, 입꼬리와 말투로 표현해 내며 마음 한편을 울컥하게 만든다. 이들의 감정 연기 역시 넘치는 것 없이 적절하다. 자칫 과했으면 관객들이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부담감을 선사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선을 탁월하게 지키며 감정이 미리 넘치지 않게끔 한다.
다만 문제는 음악. 배우들의 연기는 적절한데 배경음악이 조금씩 선을 넘으며 집중을 흩트려놓는다. 슬픈 장면이 나올 때마다 감성적인 피아노 연주가 기다렸다는 듯 시작되는 것. 한두 번 정도면 연출로 느껴질 수 있었을 테지만, 감정 신마다 루틴처럼 등장할 뿐 아니라 빈도가 잦고 음량도 배우들의 대사를 덮을 정도로 커 후반부로 갈수록 귀가 거슬린다. 감정적인 부분은 조금 더 배우들에게 맡겨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다.
하민이 은실을 지키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도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하민은 은실의 요리를 막기 위해 특별한 묘수를 생각하기보단 상경으로 거리를 두거나 막말로 상처를 주는 등 다소 단편적인 해결 방법을 활용하곤 하는데, 이 해결책이 모든 관객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작품 말미 등장하는 '숫자'의 해결 방안도 기대보단 허탈해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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