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쓴 지성 vs '스타일' 입은 이나영…K법정드라마의 서로 다른 흥행 공식 [M-sc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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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6년 2월 07일, 오전 12:00

(MHN 홍동희 선임기자) 2026년 2월, 대한민국 안방극장의 법봉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바로 MBC와 ENA의 법정 드라마 '판사 이한영'과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다.

흥미로운 건 두 드라마가 보여주는 '정의'의 얼굴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한쪽은 시간을 되돌리는 초능력으로 악을 쓸어버리고, 다른 한쪽은 가장 현실적인 범죄에 맞서 여성들이 똘똘 뭉친다. 2026년 꽃을 피운 K-법정물의 두 가지 결정적 진화를 들여다봤다.

 

'판사 이한영': 미래를 아는 판사의 통쾌한 '치트키'

현재 시청률 17%를 넘나들며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 이 작품의 성공 요인은 명확하다. 바로 답답한 현실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판타지'다.

2024년 '지옥에서 온 판사'가 악마를 불러내 악당을 처단했다면, 2026년의 지성은 '시간'을 되돌렸다. 주인공 이한영은 미래를 알고 있는 '인생 2회차' 판사다. 그는 법전을 뒤지는 대신, 미래의 기억이라는 강력한 '치트키'를 꺼내 든다. 범죄가 일어나기도 전에 길목을 차단하고, 증거가 인멸되기 전에 들이닥친다.

시청자들은 이한영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지만 누구보다 압도적인 정보력으로 악당들을 가지고 노는 모습에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법대로 하면 당한다"는 패배감에 젖어 있던 대중에게, 지성은 "법대로 해도 이길 수 있다(단, 미래를 안다면)"는 판타지를 충족시켜 준다. 이는 복잡한 절차보다 확실한 결과를 원하는 2026년의 시대정신을 정확히 파고든 결과다.

 

'아너: 그녀들의 법정': 혼자가 아닌 '우리'… 가장 세련된 연대

지성이 판타지로 날아다닌다면, ENA 월화드라마 '아너'의 이나영은 땅에 발을 붙이고 뛴다. 그것도 아주 '스타일리시'하게. '아너'는 2025년 '서초동'이나 '프로보노'가 보여준 직업적 리얼리티를 계승하되, 이를 세련된 '여성 누아르'로 업그레이드했다. 이나영의 3년 만의 복귀작으로 ENA 역대 최고 오프닝(3.1%)을 찍은 이 드라마의 핵심 무기는 '연대'다.

과거 법정물이 남성 영웅의 독무대였다면, '아너'는 완벽한 삼각편대다. 여론을 지휘하는 윤라영(이나영), 냉철하게 방어하는 강신재(정은채), 현장을 누비는 황현진(이청아). 이 세 명의 변호사는 각자의 능력으로 부족한 점을 메우며 거대 디지털 성범죄 조직 '커넥트인'을 추적한다.

무엇보다 '아너'는 영웅 혼자 모든 걸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처받은 여성들이 서로를 지키기 위해 손을 잡는 과정을 그린다. 이나영이 보여주는 건조하지만 뜨거운 눈빛은 '판타지 능력' 없이도 현실의 악에 맞설 수 있다는 묵직한 용기를 준다.

 

2024년의 유산 위에 핀 2026년의 꽃

사실 이런 다양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2024년은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당시 악마가 등장해 사적 복수를 감행했던 '지옥에서 온 판사'는 지금의 '판사 이한영'에게 판타지의 길을 열어주었고, 현실적인 이혼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굿파트너'는 '아너'에게 여성 서사와 리얼리티의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2025년, 변호사를 영웅이 아닌 '직장인'으로 그려낸 '서초동'과 사회적 이슈를 다룬 '프로보노'의 시도가 있었기에, 지금의 드라마들은 훨씬 더 탄탄한 서사를 갖출 수 있었다.

 

하반기 '굿파트너2', 프랜차이즈 시대를 열다

이 흐름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 오는 11월, 2024년 최고의 히트작 SBS '굿파트너'가 시즌2로 돌아온다. 장나라의 새로운 파트너로 김혜윤이 합류한다는 소식은 벌써 팬들을 설레게 한다. 이는 한국 법정 드라마도 미국처럼 성공한 작품을 브랜드화하여 계속 이어가는 '프랜차이즈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2026년의 안방극장은 묻고 있다. "당신은 어떤 정의를 원하는가?" 시간을 되돌려서라도 악을 응징하는 지성의 통쾌함인가, 아니면 서로의 손을 잡고 현실의 벽을 넘는 이나영의 연대인가.

분명한 건, 시청자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고 수준 높은 '정의의 만찬'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판타지와 리얼리티, 남성 영웅과 여성 연대. 양 날개를 단 K-법정물의 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MHN DB, MBC, ENA, 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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