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홍동희 선임기자) 무대 위에서 부르는 이별 노래가 유독 가슴을 후벼 파는 날이 있다. 가수가 자신이 겪은 진짜 아픔을 음표 위에 꾹꾹 눌러 담아 부를 때 그렇다. 최근 TV조선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에서 연일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뷔 18년 차 가수 윤태화의 무대가 바로 그렇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흔들림 없는 가창력을 뽐내고 있지만, 그녀가 여기까지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최근 방송과 팬카페를 통해 뒤늦게 알려진 '결혼 1년 만의 파경' 고백은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이 쓰라린 고백은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 윤태화라는 아티스트가 왜 그토록 절절하게 노래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 주는 완벽한 서사가 되었다.
시간을 2022년 3월로 돌려보자. 윤태화는 긴 무명 시절과 어머니의 뇌출혈 투병이라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곁을 지켜준 8세 연상의 연인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당시 방송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굳건한 신뢰는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가 아니었다. 1년여 만에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합의했다.
이혼의 결정적인 이유는 누군가의 치명적인 잘못이나 큰 다툼이 아니었다. 그녀 스스로 밝혔듯, 가치관의 차이와 '가장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병상에 누운 어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실질적인 가장이었던 그녀는, 바쁜 가수 활동과 아내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극심한 딜레마를 겪었다. "삶의 형태가 달라 여러 방면으로 부족함을 느꼈다"는 그녀의 덤덤한 고백 이면에는,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절박함과 아내의 역할 사이에서 겪었을 뼈아픈 자책감이 묻어난다.
설상가상으로 시련은 겹쳐서 왔다. 결혼 초기와 맞물린 시점, 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해지 문제를 두고 법적 공방까지 벌어졌다. 활동 강행과 수익 정산을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가처분 소송이 오갔다. 갓 가정을 꾸린 아내이자, 아픈 어머니의 보호자이며, 무대에 서야 하는 가수로서 윤태화가 감내해야 했을 심리적, 직업적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예인은 고통 속에서 꽃을 피우는 법이다. 윤태화는 자신을 짓누르던 연이은 시련을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예술적 에너지로 승화시켰다.
그녀의 진가는 '미스트롯4' 본선 4차전 레전드 미션 2라운드에서 빛을 발했다. 이별의 회한을 담은 최진희의 '참회'를 선곡한 그녀는, 자신의 쓰라린 개인사를 곡에 완벽히 투영해 냈다. 원곡자인 최진희마저 "호흡과 박자가 까다로운 곡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이 무대로 마스터 점수 1412점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한 그녀는 당당히 준결승전에 직행했다. 앞선 1라운드에서도 유미와 '사랑의 미로'로 맞붙어 완승하며, 화려한 기교를 넘어 원곡의 감성을 통째로 삼켜버리는 '끝판왕'의 면모를 각인시켰다.
숨기고 싶었을 아픔을 대중 앞에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를 묵묵히 무대 위의 실력으로 증명해 낸 그녀에게 대중은 폭발적인 지지로 화답하고 있다. 대국민 응원 투표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르며 탄탄한 팬덤을 결집시키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철없는 선택으로 보였을지 모르지만, 변함없이 꿋꿋하게 노래하겠다." 그녀의 이 다짐은 단순한 동정론을 기대하는 약자의 호소가 아니다. 18년이라는 굽이진 트로트 외길을 걸어오며 온몸으로 상처를 버텨낸 단단한 아티스트의 선언이다. 아픔을 거름 삼아 마침내 만개한 윤태화의 절창이 '미스트롯4'의 최종 왕관을 차지할 수 있을지, 그녀가 열어젖힌 제2의 전성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사진=TV조선, 좋은날엔터테인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