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기괴하고 아름다운 우즈의 나라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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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2월 23일, 오후 05:00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스틸 컷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라는 독특한 제목은 기타의 주법을 부르는 말을 나열한 것이다. '슬라이드'는 줄을 누른 손가락을 떼지 않고 다른 프렛(기타에서 줄 누르는 위치를 구분하는 금속 막대)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소리를 연결하는 기법이다. '스트럼'은 여러 개의 줄을 위아래로 한꺼번에 훑으며 소리를 내는 동작이다. '뮤트'는 줄의 진동을 억제해 소리를 죽이거나 짧게 끊는 기법이다. 영화는 가수 우즈가 연기한 주인공 우진이 분출하는 욕망 속에서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하며 타들어 가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스틸 컷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스틸 컷


이야기는 누나 시은(정회란 분)과 기타 수리점을 운영하며 사는 우진(우즈 분)이 누나와 함께 출연했다 탈락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반복재생해 보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꿈을 포기하지 못한 우진은 자신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꿀꿀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누군가 우진이 홀로 지키고 있는 가게의 문을 두드린다. 노숙자 행색이완연한 남기(저스틴 민 분)였다..

남기는 우진에게 망가진 기타 하나와 함께 알아보기 힘든 부품 보완 계획표를 건네며 이대로 고쳐 달라고 부탁한다. 기묘한 남자가 사라지고 난 뒤, 서른 개가 넘는 부품을 찾아 기타를 고쳐 보려던 우진은 급한 연락을 받고 방송에 나갈 기회를 얻는다. 노숙자의 기타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선 그는 기타 줄을 튕기고,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한다. 기타를 연주할 때마다 우진은 마법에 걸린 듯 환상적인 노래를 완성하고, 이를 통해 스타로 부상한다. 없는 부품을 하나씩 구할 때마다 기타는 새로운 음악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괴물 같은 기타에는 부작용이 있다. 연주하고 난 뒤에, 온몸에 조금씩 상처가 피어오르는 것이다. 마치 욕망에 불 탄 화상 자국 같은 그 상처는 점점 더 확장돼 온몸을 뒤덮게 된다. 이미 기타가 주는 즐거움과 광기, 인기에 중독돼 버린 우진은 부품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급기야 도둑질에까지 나서게 된다.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감독 박세영)는 컬트적이고 기묘한 미장센이 특별한 영화다. 왜곡이 들어간 렌즈, 인위적이고 대비가 강한 색감의 화면은 직관적으로 널 뛰는 인물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작품만의 강렬한 톤앤매너를 완성한다. 돋보이는 것은 우진이 기타를 연주하는 순간 몽타주 기법으로 등장하는 기괴한 쇼트들이다. 이 독특한 시퀀스는 우진이 느낄 법한 기분이나 느낌들을 감각적이고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주며 '탐욕'이라는 영화의 테마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 스틸 컷


한 가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의 음악을 활용해 만든 짧은 단편 영화지만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는 홍보용 뮤직 드라마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준다. 연기에 처음 도전한 주인공 우즈의 연기는 이야기 안에 잘 녹아 들어 정돈돼 있고, 한국어가 서툰 탓에 일견 어색할 수 있었던 저스틴 민의 노숙자 연기조차 영화 특유의 기괴하고 리드미컬한 톤앤매너와 어울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영화 '다섯 번째 흉추'로 호평받았던 박세영 감독의 재기발랄하면서도 안정적인 연출력의 힘이 컸다. 상영 시간 60분. 오는 26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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