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현·이혜성 떠난 자리에 이미주·영탁?…'벌거벗은 세계사'의 영리한 체질 개선 [M-sc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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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6년 2월 24일, 오후 02:00

(MHN 홍동희 선임기자) 장수 프로그램이 고정 MC를 바꾼다는 건 뼈를 깎는 모험이다. 특히 그 프로그램이 지식을 전달하는 '에듀테인먼트' 장르라면 더욱 그렇다.

2020년 첫 방송 이래 5년여간 tvN의 간판 교양 예능으로 자리 잡은 '벌거벗은 세계사'가 최근 파격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초창기부터 든든하게 안방마님과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이혜성과 규현이 하차하고, 그 자리를 방송인 이미주와 가수 영탁이 채웠다. 예능 대세와 트로트 황태자의 조합. 일각에서는 "교양 프로그램이 너무 가벼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는 정체된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작진의 아주 영리한 '체질 개선'이었다.

기존의 이혜성과 규현은 완벽한 '모범생' 패널이었다. 아나운서 출신 이혜성은 정갈한 요약으로 흐름을 잡았고, 역사 마니아 규현은 풍부한 배경지식을 방출하며 강연의 밀도를 높였다.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이 '고밀도 학습' 방식은 딜레마에 빠졌다. 시청자들에게 점차 '학습 피로도'를 유발한 것이다. 실제로 5%대를 넘나들던 시청률은 2024년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제작진이 꺼내든 카드는 '지식의 엄숙주의' 타파였다. 새롭게 투입된 이미주는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무해한 당당함'으로 무장했다. 그녀는 강연을 듣다 이해가 안 가면 엉뚱하고 원초적인 질문을 툭툭 던진다. 이는 지식의 나열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던 일반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완벽한 '환기 장치'다. 가르침을 받는 수동적 교실에서, 다 같이 묻고 떠드는 역동적인 토크쇼로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이다.

MC 개편의 진가는 지난 23일 방송된 '테드 번디' 편(243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연쇄 살인마의 잔혹한 행적 앞에서 이미주는 분노와 경악, 탄식을 필터 없이 쏟아냈다. 자칫 건조한 활자로 남을 수 있는 과거의 역사가 그녀의 펄떡이는 리액션을 통해 시청자의 피부에 닿는 생생한 분노와 슬픔으로 치환되었다.

여기에 영탁의 합류는 신의 한 수였다. 이미주가 감정선을 쥐고 흔든다면, 영탁은 특유의 진중함과 뛰어난 공감 능력으로 극의 무게 중심을 잡는다. 그는 범죄자의 기이한 심리를 끈질기게 파고드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통통 튀는 이미주, 묵직하게 파고드는 영탁, 그리고 노련하게 극을 조율하는 기존 MC 은지원까지. 이 '신(新) 3인방'의 티키타카는 강연자와 시청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훌륭한 다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성과는 수치로 즉각 나타났다. 개편 첫 방송은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전국 시청률 2.884%를 기록하며 케이블 일일 순위 2위에 올랐다. 약 65만 명의 시청자가 본방송을 지켜보며 성공적인 반등을 알렸다. 특히 이미주의 엉뚱한 오답이나 리액션 클립은 유튜브 쇼츠나 틱톡 등 숏폼 생태계에 완벽하게 부합하며 프로그램의 타깃층을 젊은 세대로 확장하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예능적 재미가 짙어질수록 '교양'이라는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방송 초기부터 지적되어 온 자잘한 고증 오류와 맥락이 잘려 나가는 편집 문제는 팩트 체크 시스템 강화를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고질병이다.

또한 시청률을 담보하기 위해 연쇄 살인, 학살 등 지나치게 자극적인 '매운맛' 소재에만 편중되는 최근의 편성 기조도 아쉽다. 인류의 문화적 성취나 긍정적인 역사 발전 과정을 다루는 '순한 맛'의 밸런스 회복이 시급하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이제 지식을 욱여넣는 창고가 아니라, 역사를 통해 오늘을 비춰보는 '공감의 광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데는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 안의 내용물을 맛있게 숙성시키는 제작진의 몫이다.

 

사진=MHN DB,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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