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과 벌써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조인성에게 감독과의 케미스트리를 묻자 그는 "동네가 가까워서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농담 섞인 답변으로 인터뷰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그는 "감독님은 저를 끊임없이 지켜봐 주시는 분"이라며 "나이가 들어가며 생기는 변화를 포착해 작품에 담고 싶어 하시는 것 같고, 함께 시나리오를 넘어서는 새로운 지점을 찾아가는 작업 방식이 무척 즐겁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이번 작품에서 조인성의 연기는 유독 힘이 빠져 있다. 그는 이를 "관객들이 제 얼굴을 통해 각자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명확하게 표현해 관객에게 주입하기보다는, 배우가 백지 상태로 놓여 있어야 관객이 자기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조인성은 "굳이 애써 표현하지 않아도 담겨질 텐데, 연기까지 과하게 하면 오히려 관객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았다"라며 한층 깊어진 연기 철학을 전했다.
덜어냄의 미학을 온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조인성의 이러한 변화에는 과거 노희경 작가와 작업하며 얻은 배움이 컸다. '그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거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그는 "있는 그대로 다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게 작가님은 '감정을 다 버리라'고 조언해 주셨다"라고 회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힘을 뺄 줄 알아야 진짜 방점을 찍어야 할 대사가 살아난다는 가르침이 지금의 연기 방향성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가 맡은 조 과장은 극을 이끌어가는 안내자이자 관찰자다. 그의 눈을 통해 사건이 보여지고 감정이 마무리되는 구조다 보니, 조인성은 안내자 역할에 충실하고자 더욱 힘을 뺐다. 그러면서도 캐릭터의 입체감을 놓치지 않았다. 액션 씬에서는 섬뜩하고 무서운 에너지를 뿜어내지만, 박해준이나 신세경과의 장면에서는 단순히 정보를 빼내려는 요원을 넘어 다정하게 다가가는 인간적인 이면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액션에 대한 겸손함도 인상적이었다. 조인성은 촬영 3주 전부터 카메라 감독과 함께 데모 작업을 하며 치밀하게 준비했고, 고된 지하 액션 씬과 폐쇄 공항 씬을 몸소 소화해냈다. 하지만 그는 "액션은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며 "조인성의 액션이 특별한 게 아니라 류승완 감독님의 마법이 있는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류 감독은 액션의 각이 살지 않을 때 직접 시범을 보이며 속도와 동작의 작용·반작용까지 세심하게 지도했고, 조인성은 그 마법 같은 연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냈을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현장에서의 조인성은 완벽하게 준비된 배우라기보다 유연하게 열려 있는 동료에 가까웠다. 그는 "너무 공부를 많이 해가면 현장에서 배우들과 맞춰볼 때 틀어지기 쉽다"라며 대사만 확실히 외운 채 감독의 의도에 따라 현장에서 토론하며 합을 맞춘다고 밝혔다. 류승완 감독에 의하면 현장에서 거의 제작자나 프로듀서처럼 애정을 가지고 참여했다고. 그래서 혹시 제작의 욕심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정재, 정우성 선배님처럼 대단한 분들이나 하시는 것"이라며 "저는 작품의 두 번째 관객이자 감독님의 가장 가까운 동료로서 제 역할에만 충실하고 싶다"라고 선을 그었다.
차가운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인간애의 온기를 찾아 헤매는 영화 '휴민트'는 현재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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