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홍동희 선임기자) 최근 대중문화계에서 가장 흥미롭고 예민한 지표 중 하나는 '화제성 순위'다. 단순히 얼굴이 많이 알려졌다고 해서, 혹은 작품에 출연한다고 해서 쉽게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6년 2월, 대한민국 예능 지형도에 실로 기이한 현상이 포착됐다. 1위 김태리, 2위 박보검, 3위 전현무.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철옹성 같은 톱스타들의 바로 뒤, 4위 자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인물이 다름 아닌 '김풍'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배우와 국민 MC 사이에서, 이 독특한 만화가 겸 방송인은 대체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전문가의 권위를 무너뜨린 '사파(邪派)'의 카타르시스
김풍의 화제성을 무섭게 견인하고 있는 가장 큰 축은 단연 JTBC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다. 과거 10년 전 보여주던 '야매 요리사'의 풋풋함은 사라졌다. 이제 그는 정체불명의 재료를 조합해 기적의 맛을 창조해 내는 '마계 요리사'이자 '암흑수저'라는 독보적인 페르소나로 진화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신드롬 이후 대중의 미식 안목은 한층 높아졌지만, 동시에 '완벽한 기술'과 '정통 파인다이닝'이 주는 은근한 피로감도 쌓여가고 있었다. 바로 이 틈새를 김풍이 비집고 들어왔다. 곱창 롤리팝, 수박 수프, 번데기 튀김 등 이른바 '주화입마'에 빠진 듯한 레시피로 무장한 그는 정파 셰프들의 넋을 빼놓는다.
일류 셰프들이 "저게 대체 무슨 요리냐"며 경악할 때, 김풍은 보란 듯이 혀끝을 강타하는 '맛'으로 그들을 제압해 버린다. 정해진 엘리트 코스가 아닌, 변칙과 파격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사파 고수'의 통쾌한 반란. 이는 규격화된 성공과 완벽함만을 강요받으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묘한 대리 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샘 킴 셰프조차 "이제 김풍에게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두 손을 들었듯, 그의 비전문성은 이제 예능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장르'가 되었다.
찌질함도 자산이 된다… '결핍'을 긍정하는 하이퍼리얼리즘
김풍의 영향력은 주방의 도마 위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본업인 작가로서 그가 직접 극본을 쓰고 원작을 그린 드라마 '찌질의 역사'가 2025년 공개 직후 OTT 플랫폼 1위를 휩쓸며 '김풍 신드롬'의 쌍끌이 흥행을 증명했다.
이 작품이 2030 세대의 뼛속 깊은 지지를 받은 이유는 지독한 '하이퍼리얼리즘'에 있다. 드라마 속에는 백마 탄 왕자나 완벽한 히어로가 없다. 연애 앞에서 한없이 비겁해지고 어설프게 무너지는 스무 살 청춘들의 찌질한 밑바닥을 가감 없이, 때로는 폭력적일 만큼 솔직하게 까발린다.
김풍은 누구나 속으로 감추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 즉 '결핍'을 정면으로 응시할 줄 아는 창작자다. 그는 방송에서 "나를 캐스팅한 것은 요리사가 할 수 없는 짓을 해낼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를 메인 재료가 아닌 'MSG'라고 칭한다. 이러한 냉철한 자기 객관화와 솔직함은 대중에게 "꼭 완벽하지 않아도, 좀 찌질해도 괜찮다"는 묵직한 위로로 다가간다. 김태리의 신비로움이나 박보검의 무결점 매력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가장 인간다운 나'에 대한 공감이 그를 화제성 정상으로 밀어 올린 숨은 동력이다.
관계를 요리하는 진정한 'MSG'의 승리
콘텐츠 안에서 억지스럽지 않게 '관계'를 직조해 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최근 '2026 냉부 어워즈'에서 깐깐한 전문가의 대명사인 손종원 셰프와 함께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한 대목은 김풍의 예능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백미다.
전혀 다른 문법을 가진 정파 셰프와 사파 작가가 부딪히고 으르렁대다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드는 서사는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는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려 들지 않는다. 기꺼이 망가지고 딴지를 걸며 타인과의 케미스트리를 통해 프로그램 전체의 감칠맛을 확 끌어올리는, 그야말로 진정한 '조미료' 역할을 자처한다.
2026년, 만화가 김풍이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 기이한 현상은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소비 패러다임이 '선망'에서 '공감'으로 완전히 옮겨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답이 없는 길을 묵묵히, 그러나 아주 유쾌하게 썰어 나가는 사파 지존. 우리는 지금, 치명적인 중독성을 가진 이 '인간 MSG'에게 완벽하게 매료당했다.
사진=김풍 SNS, JTBC, WAV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