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서 곧 만나세" 故오현경 2주기, 다시 듣는 故이순재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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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6년 3월 01일, 오전 11:19

[OSEN=최이정 기자] "이제 나도 곧 갈 테니까, 곧 만나세."

한국 연극과 방송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배우 고(故) 오현경이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고인의 2주기를 맞은 오늘, 먼저 떠난 오랜 동료를 그리워하다 이제는 하늘에서 재회했을 국민배우 고(故) 이순재의 생전 먹먹한 약속이 다시금 대중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오현경은 지난 2024년 3월 1일 향년 88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2023년 8월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쓰러진 그는 약 7개월간의 긴 투병 생활 끝에 결국 유명을 달리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재학 당시 연세극예술연구회에 몸담으며 연기와 인연을 맺었다. '휘가로의 결혼', '맹진사댁 경사', '허생전' 등 무대에서 탄탄한 내공을 쌓은 그는 1961년 KBS 1기 공채 탤런트로 발탁되며 본격적인 매체 연기를 시작했다.

1960년대 '오늘은 왕', '하숙생', '몽땅 드릴까요', '식모 삼형제' 등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한 그는 1987년부터 1993년까지 방영된 드라마 'TV 손자병법'의 이장수 역으로 대중적인 큰 사랑을 받았다. 70대에 접어든 2005년에는 MBC 사극 '신돈'에서 완벽한 노승 연기를 선보이며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명불허전의 열연을 펼쳤다.

고인의 연기 인생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식도암과 위암 등 큰 병마와 싸우며 잠시 무대를 떠나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연극 무대로 늠름하게 복귀했고, 뇌출혈로 쓰러지기 직전인 2023년 5월에도 모교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연극 '한여름밤의 꿈'에 셰익스피어 역으로 무대에 오르며 식지 않는 연기 열정을 증명했다.

그의 곁에는 늘 든든한 '배우 명문가' 가족이 있었다. 아내인 고(故) 윤소정은 2017년 패혈증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연극계 대모'로 존경받았으며, 딸 오지혜 역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사위 이영은은 영화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오현경의 2주기가 더욱 먹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지난해 11월 25일 향년 91세로 별세한 동료 이순재의 빈자리 때문이기도 하다.

이순재는 생전인 지난 2024년 4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삶과 죽음, 그리고 연기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한 바 있다. 당시 데뷔 68년 차였던 이순재는 "이낙훈, 김동훈, 김성옥, 김순철, 오현경까지 TBC 뚜껑을 연 사람들이 모두 먼저 갔다. 이제 나만 남았다"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그는 오현경의 영결식에서 "이낙훈, 김동훈, 김성옥, 김순철 다 있으니까 해후 잘하고, 이제 나도 곧 갈 테니까 곧 만나세"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던 바다. "이제 나만 따라가면 된다"며 허허롭게 웃던 이순재는 "나도 나이가 있으니 삶과 죽음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농담처럼 말하지만, 공연하다가 죽는 게 배우로서 가장 기쁜 일일 것"이라며 뼛속까지 배우인 묵직한 진심을 남겼다.

평생을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 대중을 울고 웃게 했던 두 거장. 고인들이 남긴 찬란한 족적과 예술혼은 대중의 마음속에 여전히 빛나고 있다.

/nyc@osen.co.kr

[사진] OSEN DB,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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