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내면의 붕괴…제니퍼 로렌스 파격 연기 '다이마이러브'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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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3월 02일, 오전 08:00

영화 '다이 마이 러브' 스틸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레이스(제니퍼 로렌스 분)는 남편 잭슨(로버트 패틴슨 분)과 함께 외딴집으로 이사 온 후 아이를 낳는다. 두 사람의 사랑은 격렬하고 뜨거웠지만, 이들의 일상과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균열을 드러낸다.

작가인 그레이스는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한다. 대부분 집에서 머무는 생활과 반복되는 육아, 고립 속에서 점차 충동적인 기행을 일삼는다.억눌린 욕망의 출구를 찾는 듯 성적 집착 또한 과격해지고, 이는 잭슨과의 갈등을 더욱 극단으로 몰아붙인다.

오는 4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다이 마이 러브'(감독 린 램지)는아르헨티나 작가 아리아나 하르비츠가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사랑과 섹스의 파탄에 이른 부부 그레이스와 잭슨의 광기 어린 폭주를 그린다. 칸 국제영화제 총 12회 노미네이트, 5회 수상에 빛나는 린 램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다이 마이 러브'는 출산 이후 점차 갈등으로 치닫는 부부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초점은 모성 안에서 흔들리는 한 여성의 자아에 맞춰져 있다. 영화는 출산을 계기로 개인의 불안정한 자아가 어떻게 분열되고 잠식되는지, 분출구를 찾는 욕망이 어떻게 충동과 광기로 번져가는지 과정을 따라간다.

영화 '다이 마이 러브' 스틸

린 램지 감독은 1.33:1 아카데미 비율을 택해 인물을 프레임 안에 가둔다. 탁 트인 시골 풍경과 달리 화면은 답답하다. 집은 편안한 안식의 공간이 아닌, 심리적 밀실처럼 기능한다. 그 속에서 그레이스는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과 책임의 압박 속에 갇힌 인상도 준다. 남편 귀에만 들리지 않는 아기 울음소리는 아이에 대한 모성의 강박으로도 비쳐진다. 아기 울음과 개 짖는 소리는 점차 그레이스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신경까지 예민하게 자극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도 흐려진다. 야생마의 등장부터 낯선 남성과의 갑작스러운 밀회 등 몽환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관객은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내면의 투영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이 혼란 자체가 인물의 상태다. 다만 그 환상에서 그레이스는 한층 능동적이고 야성적이다. 환상은 그의 자아가 복원되고 해방의 감각을 느끼는 영역으로, 실제 현실과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영화는 두 세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뒤섞으며 관객을 더욱 그레이스의 내면 안으로 밀어 넣는다.

영화 '다이 마이 러브' 스틸

제니퍼 로렌스는 이번 작품에서 광기의 증폭과 붕괴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그려낸다. 텅 빈 눈빛과 거친 호흡, 금방이라도 감정이 터질 듯한 표정, 동물적인 몸짓 등으로 날 것의 인물 그 자체가 된다. 전라 노출을 포함한 과감하고 파격적인 연기를 감행하며, 점차 무너지는 인물의 감정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로버트 패틴슨은 아내를 이해하려 하지만 끝내 관계를 좁히지 못하는 남편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영화는 결말에서 '파괴'와 '이탈'을 암시한다. 명확한 엔딩으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이 그 의미를 스스로 판단하게 열어둔다. 잭슨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사랑의 상실을 다룬 영화라기보다, 모성과 역할, 책임과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고 분열되는 여성 자아를 탐구한 작품으로 보인다. 현실과 환상이 교차된 연출과 함께 여성의 상태를 날것 그대로 스크린 위에 올려놓고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린 램지 감독은 '케빈에 대하여'(2012)로 이상적인 모성애와 여성의 심리를 과감하게 뒤흔든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케빈에 대하여'가 주인공의 죄책감과 공포를 그렸다면, '다이 마이 러브'는 광기를 직접적으로 밀어붙인다.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을 연상시키는 날 선 긴장감을 길게 끌고 가며 불편한 감각을 전이시킨다. 감정을 친절하게 해설하거나 봉합하지 않는 연출,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유지하는 호흡은 분명 대중적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관객의 이해를 구하지 않는 비타협적 선택이 국내 관객들에게는 호불호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상영 시간 118분.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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