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서른은 X값"…'미혼남녀', '김삼순' 시절로 퇴보한 로맨스 [N초점]

연예

뉴스1,

2026년 3월 07일, 오전 07:30

JTBC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캡처

지난 2005년 방영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주인공 김삼순(김선아 분)의 나이는 30세였다. 당시 작품은 서른을 앞둔 여성을 '노처녀'로 부르는 사회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지만,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과 주체적인 연애관, 씩씩하고 당당한 캐릭터를 지닌 김삼순을 통해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그럼에도 지난 2024년 리마스터링 버전 공개를 계기로 30세를 노처녀로 규정했던 설정이 새삼 낯설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던 이유는 '시대 변화' 때문이었다.

지난 2월 28일 처음 방송된 JTBC 새 토일드라마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이 방송 시작부터 시대착오적 연애관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드라마가 30대 여성의 연애를 나이로 평가하는 서사로 풀어내면서 시청자들 사이 2000년대 초반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퇴보한 로맨스'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은 사랑을 결심한 여성이 소개팅을 통해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남자를 만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나이 34세인 호텔 구매팀 선임 이의영(한지민 분)을 중심으로 목공 스튜디오 대표 송태섭(박성훈 분), 연극배우 신지수(이기택 분)가 얽히며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이의영은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여성이지만, 극은 그의 나이를 주요 갈등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과거 대학 시절 자신에게 고백했던 후배에서 호텔 법무팀 변호사로 재회한 강도현(신재하 분)에게 설렘을 느꼈지만, 강도현은 "선배 좋은 사람이죠"라면서도 "그런데 그거랑 연애하고 싶은 거랑은 다르다, 연애 상대로는 아무래도 저보다 연상이기도 하고"라며 선을 그었다. 구매팀 사원 정현민(정혜성 분)이 "둘이 한 살 차이 아니냐"며 황당해했음에도 "취향이니까 존중해달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JTBC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캡처

드라마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이를 비하하는 설정을 반복적으로 이어가며 30대 여성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메시지를 강조해 왔다. 극 중 이의영은 '남사친' 임승준(주연우 분)에게 "여자 나이 서른이면 어쩌고 그 말 안 믿었는데 이제 알겠다"며 "똥값됐다고 삿대질하는 게 아니라 그냥 스무스하게 시야 밖으로 밀려나는 것이었다"고 씁쓸해했다.

다른 장면에서는 차를 소재로 한 대화가 은유처럼 사용됐다. "오래된 차는 절반은 갖다 버려야 한다"며 "향도 날아가고 맛도 약해지고 매년 여린 잎들이 새로 다시 나는데 굳이 그걸 뭐 하러 묵혀서 쓰나, 차든 뭐든 오래된 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명인(길해연 분)의 설명에 이의영이 "그럼 헌 잎들은 다 어디로 가냐"며 오열하는 장면이다. 결국 이의영은 "언제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연애도 사랑도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나는 사랑하기 좋은 시절을 그냥 보내버렸다"고 자책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의 대사 역시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는 30대 여성은 가치가 하락했다는 시선을 더욱 강화했다. 상사인 정나리(이미도 분)는 "결혼을 했어, 연애를 해? 일 말곤 신경 쓸 것도 없겠구먼"이라며 결혼 및 연애 여부를 문제 삼았고, 모친인 박정임(김정영 분)은 "비혼주의인 줄 알았는데 (결혼은) 그냥 못하는 거냐"고 몰아붙였다.

JTBC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캡처

시청자들은 이러한 설정이 지나치게 낡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방송 이후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자 주인공 나이가 34세밖에 안 됐는데" "요즘 어떤 30대가 저런 소리를 듣고 사냐" "20년 전 드라마보다 더 올드하다" "차라리 40대 설정이면 이해된다" "과거 '막돼먹은 영애씨'나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쓰던 소재를 2026년에 다시 본 느낌"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다뤘던 30대 여성의 나이 압박을 주요 갈등 요소로 소환했지만, 풀어내는 방식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20년이 지난 2026년에도 나이에 대한 낡은 가치관과 연애관에 갇힌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공감을 얻지 못했다. 김삼순은 당당한 캐릭터와 자기 인식으로 지지를 얻었지만,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은 주인공의 고민이 연애와 소개팅 중심으로만 전개되는 단선적인 서사에 머문다는 지적도 피하지 못했다.

다만 작품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주연 한지민의 안정적인 연기가 극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지민은 그간 드라마 '눈이 부시게' '봄밤' '우리들의 블루스' '힙하게' 등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아온 배우다. 지난해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는 로맨스 연기로 시청률과 호평을 다잡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소개팅 자리에서의 미묘한 당황스러움이나 관계의 엇갈림 속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캐릭터의 현실감을 살렸다. 작품을 둘러싼 아쉬운 반응 속에서도 한지민의 연기가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드라마가 2회까지 방영된 가운데, 주인공의 삶이 연애 여부에 과도하게 종속된 서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보다 주체적인 캐릭터로 변모할 수 있을지 향후 전개가 더욱 주목된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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