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지극히 인간적인 SF…그래서 아름다운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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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3월 11일, 오후 06:00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 컷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마션'의 원작자인 SF 작가 앤디 위어의 동명 최신작을 원작으로 한 '프로젝트 헤일메리'(감독 필 로드, 크리스 밀러)의 시작점에는 라이언 고슬링이 있다. 앤디 위어 작가는 원작 소설이 정식 출간되기 전인 2020년 라이언 고슬링에게 한 편의 원고를 전달하며 영화화를 제안했고, 원고를 흥미롭게 읽은 라이언 고슬링은 이 영화의 주연 및 제작자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영화는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분)가 지구에서 수십 광년 떨어진 우주선에서 홀로 깨어나면서 시작한다. 그레이스는 평범한 중학교 과학 교사였는데, 자신이 어쩌다 여기까지 와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기억을 되살리기 시작한다.

그레이스가 우주선을 타게 된 것은 '아스트로파지'라는 미생물 때문이다. '아스트로파지'는 별의 에너지를 먹고 번식하면서 태양의 밝기를 점점 감소시키는 미생물이다. 그레이스는 아스트로파지와 관련해 탁월한 발견을 하게 되면서 에바 스트라트(산드라 휠러 분)의 눈에 띄고, 전 세계가 지구를 살리기 위해 준비 중인 극비 프로젝트 '헤일 메리'에 참여하게 된다.

'헤일 메리'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막판 역전을 노리고 던지는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은 도박성 롱패스다. 이 프로젝트의 지휘 총괄 책임자인 에바 스트라트는 태양보다 아스트로파지가 덜 번식하는 별을 조사하기 위해 조종사 한 명과 엔지니어 한 명, 과학자 한 명을 우주선에 태워 보내기로 한다. 생존 확률은 0%.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인류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아주 낮은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일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 컷

우주선에서 기억을 되살리던 그레이스는 숨을 거둔 동료 우주인들의 장례를 치러준다. 홀로 남아있던 그의 눈앞에 독특한 모양의 우주선이 눈앞에 나타나고, 급기야 우주선에서 외계인이 등장한다. 그레이스는 과학자답게 외계인과 소통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한다. 외계인이 내는 소리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를 찾은 뒤 그것을 음성으로 출력하게 만들어 소통한다. 팔다리가 달린 돌덩이처럼 생긴 외계인의 이름을 '로키'라고 부르게 된 그레이스는 로키 역시 자신의 행성 에리드에서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파견된 우주인임을 알게 된다.

서로에게 필수적인 대기가 상대에게는 치명적인 그레이스와 로키는, 이같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함께 연구하며 각자의 고향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별에서 엔지니어인 로키가 특수한 장비를 착용한 채 헤일메리호에 승선하고, 서로 다른 종인 두 존재의 동고동락이 시작된다.

외계인에게도 인간과 같은 희생정신, 우정, 사랑 같은 고차원의 관념적 감정이 있다고 보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레이스와 로키의 우정은 여느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에서 그리는 인간과 타종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은 인간적인 관점에서, 인간적인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그런데도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우정에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특유의 '귀여움'과 '순수함'에 있다.

로키는 연체동물 혹은 확대한 곤충처럼 생긴 흔한 SF 영화 속 외계인의 비주얼과 다르다. 그렇다고 신비롭거나 정체불명의 존재처럼 묘사되는 것도 아니다. 작은 돌무더기를 붙여 놓은 것처럼 생긴 로키에게는 인간과 같은 신체 부위가 없다. 이렇게 말할 입도 없는 존재와 그레이스는 번역 시스템을 통해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고,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돼간다. 두 사람의 우정은 인간 간의 우정과 다르지 않게 그려진다. 공감하고 농담을 나누기도 한다. 귀여운 비주얼의 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는 세상 혼자인 인간 남자의 모습에 뭉클함과 귀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레이스는 직계 가족도, 심지어 키우는 반려동물도 없는 외로운 인물이다. 조건 때문에 더더욱 우주선의 탑승자로 선별되는 데 유리했던 그는 지구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가족을 우주에서 발견한다. 상대가 인간이든 아니든 대상을 사랑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변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인간은 아름답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이처럼 인간적이라 아름다운 상상을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톤앤매너 안에 담아내며 보는 이들의 감정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가장 큰 장점은 우주 배경의 SF 영화라는 점일 것이다. 우주 SF영화에 기대할 만한 것들이 이 영화 안에도 모자람 없이 담겼다. 영화를 통해 고립된 차가운 공간인 우주가 친구와 함께 노는 따뜻한 원룸처럼 느껴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영화의 주제와 연결된다. 상영 시간 156분. 오는 18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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