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독점이 관객 쫓아냈다” 영화인 581명, 한국 영화 ‘골든타임’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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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연예,

2026년 4월 10일, 오전 09:18

봉준호 감독을 포함한 581명의 영화인이 한목소리로 한국 영화의 '사망 선고'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9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지금의 한국 영화계가 단순히 관객이 줄어든 침체기를 넘어, 뿌리부터 썩어가는 체질적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극장에 가도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수 없는 '스크린 독점' 구조라고 영화인들은 판단했다. 과거에는 일 년에 100편 넘게 쏟아지던 상업 영화가 내년에는 30편도 채 안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극장 체인을 가진 대기업들이 단기 수익에만 매몰되어 특정 흥행작에만 상영관을 싹쓸이 배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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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은 이러한 배급 현실을 '박리다매식 조기 종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영화 '국보'와 최근 국내 흥행작 '왕과 사는 남자'의 비교가 제시됐다. 일본의 경우 '국보'가 1,000만 관객을 모으기까지 무려 6개월 동안 장기 상영을 이어가며 관객과 꾸준히 호흡한 반면, 국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불과 31일 만에 1,000만 고지에 도달했다. 겉보기엔 빠른 흥행처럼 보이지만, 이는 극장이 단기간에 수익을 뽑아내기 위해 상영관을 도배했다가 흥행이 조금이라도 주춤하면 곧바로 스크린을 빼버리는 결과다. 결국 영화가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길게 사랑받을 기회를 강제로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영화인들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홀드백(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온 뒤 OTT로 가는 기간) 6개월 강제법'에 대해서도 강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관객이 OTT로 가는 것을 법으로 억지로 막기보다는, 특정 영화가 상영관을 독차지하지 못하게 제한하여 자연스럽게 극장 상영 기간을 늘리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한 영화가 하루 전체 좌석의 20%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게 막는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해, 관객이 극장에 갔을 때 다양한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선택권'을 되찾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관객을 극장에서 쫓아낸 것은 관객의 변심이 아니라, 볼만한 영화를 상영관에서 지워버린 산업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대기업 배급망에 의존하지 않는 1,000억 원 규모의 대형 펀드 조성과 제작비 환급 제도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두 편의 '천만 영화'에만 기대를 거는 도박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한국 영화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지금이 한국 영화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임을 강조하며, 관객들이 다시 영화관에서 다채로운 한국 영화를 만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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