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한없이 화려하고 가벼운 재회 [시네마 프리뷰]

연예

뉴스1,

2026년 4월 29일, 오후 12:00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스틸 컷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06년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메릴 스트립의 인생 캐릭터 중 하나를 탄생시킨 영화다. 더불어 당시 23세로 이미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 앤 해서웨이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글로벌한 인기를 공고히 했다.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괴팍하고 깐깐한 일류 패션 매거진 편집장과 저널리스트를 꿈꾸며 입사한 똑똑하고 건방진 신입의 이야기는 화려한 패션계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29일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감독 데이비드 프랭클)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20년 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이다. 전편이 저널리즘에 대한 이상으로 가득한 주인공 앤디(앤 해서웨이 분)가 물질주의적인 패션 매거진의 세계에서 '악마 같은' 상사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에게 적응하는 이야기를 그렸다면, 속편은 20년 후 기자로 성공한 앤디가 미란다와 재회해 달라진 언론 환경 속에서 '레거시 미디어'인 런웨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스틸 컷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스틸 컷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스틸 컷


영화는 기자로 성공한 앤디가 기자 협회에서 상을 받는 날,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시작한다. 어느 기업에 합병된 앤디의 회사 '뉴욕 뱅가드'는 인원 감축을 위해 기자들을 해고하고, 앤디는 상을 받는 영광스러운 순간 실직자가 되고 만다. 비슷한 시기, 미란다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종이에 인쇄된 패션 잡지를 읽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시대, 탁월함으로 정상을 지켜온 미란다는 승진을 앞두고 런웨이에 관련한 폭로 기사가 나와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닥친다. 런웨이를 소유한 기업의 회장은 미란다를 압박하고, 이 위기를 해결할 인물로 기자상 시상식 폭주 영상으로 인기를 끈 앤디를 지목한다.

20년 만에 피처 에디터로 런웨이에 입사하게 된 앤디는 미란다와 재회한다. 미란다는 "에밀리 중 하나였다"는 나이젤(스탠리 투치 분)의 설명을 듣고도 앤디를 기억하지 못한다. 두 사람이 해야할 첫 번째 임무는 최대 광고주가 런웨이에 계속 광고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그렇게 미란다와 함께 유명 브랜드인 '디올'을 찾아간 그 자리에서 앤디는 임원으로 성공한 에밀리(에멜리 블런트 분)를 만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스틸 컷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달라진 시대상을 시의적절하게 반영한 데 있다. 레거시 미디어의 위기라는 소재는 독재자처럼 군림했던 보스 미란다가 처한 위기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인권 의식이 높아진 업무 환경 또한 독불장군 미란다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미란다가 수위 센 비난조 발언을 할 때마다 아마리(시몬 애슐리 분)는 그것이 부적절한 발언인지 아닌지를 체크해준다. 한때 비서들을 종 부리듯 했던 미란다가 옷걸이에 스스로 옷을 걸기 위해 쩔쩔매거나, 예산 절감으로 이코노미 클래스 비행기를 타고 샴페인을 주문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세월의 변화를 실감하게 만든다.

영화는 화려하다. 레이디 가가를 비롯해 특별 출연한 유명 인사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반갑다. 제프 베이조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극 중 인물의 이혼이 영화 속 런웨이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나, 등산복 차림을 즐기며 시도 때도 없이 무선 이어폰을 꽂고 통화를 하며 떠들어대는 실용주의 신임 회장에 대한 묘사 등에서는 풍자 코미디의 요소가 엿보인다.

그러나 인상만 줄 뿐 알맹이는 없는 취약한 이야기가 이 모든 화려한 요소들이 내는 빛이 바래게 만든다. 두 캐릭터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흥미로웠던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미란다도 앤디도 특별한 활약을 보여주지 않는다. 프로페셔널한 저널리스트인 앤디는 기사를 쓰는 일로 한 방을 보여주기는커녕, 영화 초반 자신을 위기에 처하게 했던 자본주의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다.

전편에서 누구보다 자기 일을 사랑했던 미란다는 본질이 아닌 문제들로 휘청일 뿐, '악마 같았던' 미란다의 미란다다움을 끝내 보여주지 않고 앤디에게 맥없이 끌려다닌다.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배우들의 외양이 향수를 자아내지만, 균열이 생겨버린 캐릭터에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의 과정이 부재하기에 결말의 훈훈함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럴듯한 요소들을 조합해 멋진 포즈를 취하는 일은 패션 화보에서는 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화에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서사의 빈약함이라는 단점을 안고 있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전편을 사랑한 관객들에게는 그 자체만으로 흥미진진한 영화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전편 같은 성장담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다. 상영 시간 119분. 29일 개봉했다.

eujenej@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