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순재, 보청기 숨기고 입모양 읽으며 연기… “선생님께 신세 많이 졌다” ('셀럽병사의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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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6년 5월 12일, 오후 09:41

(MHN 김설 기자)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를 지켰던 ‘영원한 현역’ 배우 고(故) 이순재의 70년 연기 인생과 뜨거운 투혼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12일 방송된 KBS 2TV ‘셀럽병사의 비밀’에서는 삶의 마지막까지 연기의 끈을 놓지 않았던 배우 이순재의 생애를 조명하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가슴 아픈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순재에게 ‘2024 KBS 연기대상’ 대상의 영광을 안겨준 드라마 ‘개소리’ 촬영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전해졌다. 촬영 도중 이순재는 갑자기 한쪽 눈이 보이지 않고 시야가 뿌옇게 변하는 백내장 증세를 겪었다.

즉시 수술을 받은 그에게 제작진은 석 달간의 휴식을 권고했으나, 이순재는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나 하나 때문에 스태프 70~80명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수술 단 보름 만에 거제도 촬영장으로 복귀하는 초인적인 면모를 보였다.

복귀 후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대본조차 볼 수 없었던 그는 A4 용지 한 장에 글자를 단 20자씩만 크게 박아 읽어야 했고, 결국 매니저가 읽어주는 대사를 귀로 외우며 촬영에 임했다.

설상가상으로 청력까지 나빠졌지만, 그는 “카메라에 보청기가 보이면 안 된다”며 보청기를 뺀 채 상대 배우의 입 모양을 읽으며 연기를 이어갔다. 이 사실을 처음 접한 박해미는 “정말 부단히 노력하셨다”며 울컥했다.

후배들이 기억하는 이순재는 언제나 ‘가장 먼저 도착하는 배우’였다. 박소담은 “선생님은 공연 5시간 전부터 극장에 나와 무대를 둘러보고 대본을 보셨다”고 증언했고, 이찬원 역시 “불후의 명곡 녹화 때도 한참 이른 시간에 먼저 나와 계셨다”며 고개를 숙였다.

청년 시절 영화 ‘햄릿’을 보고 “연기는 예술”임을 깨달았다는 그는 70년간 30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면서도 늘 “나는 아직도 노력하는 중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지난해 연기 인생 70년 만에 처음으로 지상파 대상을 거머쥐었던 이순재의 모습도 재조명됐다. 당시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 신세 많이 졌다”는 소감을 남긴 바 있다.

제대로 말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끝내 무대 위에서 마지막을 준비했던 이순재. “연기는 연기로만 평가받아야 한다”던 그의 철학은 ‘영원한 현역’이라는 이름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사진=KBS 2TV ‘셀럽병사의 비밀’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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