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김설 기자)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 역사에 굵직한 궤적을 남겼던 뮤지컬 ‘서편제’가 기적처럼 돌아왔다. 지난 2022년 원작 계약 종료와 함께 마침표를 찍는 듯했으나, 작품을 향한 관객들의 간절한 염원과 성원에 힘입어 극적인 재계약이 성사됐다.
이청준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서편제’는 소리꾼 가족의 유랑과 선택을 통해 예술이 품은 고통과 집착, 그리고 사랑과 화해를 그린다.
윤일상 작곡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대표 넘버 ‘살다 보면’을 필두로 정통 판소리, 발라드, 록, 재즈 팝 등 장르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선율은 극의 입체감을 더한다. 이야기의 중심은 언제나 예술과 가족이다. 작품은 소리란 멀리 있는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가혹한 운명을 견뎌낸 시간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증명해 나간다.
이야기의 줄기는 예술 완성의 바탕이 되는 ‘한(恨)’의 정서를 따라 흐른다. 소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송화’는 삶의 궤적마다 가혹한 상처를 마주한다.
어머니의 죽음이 아버지의 소리 때문이라 믿는 의붓남동생 동호는 결국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떠나고, 아버지 유봉은 진정한 소리를 완성하겠다는 눈먼 집념으로 송화의 눈을 멀게 한다.
이번 시즌 역시 ‘송화’ 역으로 무대에 오른 배우 차지연은 왜 그가 독보적인 ‘차송화’인지를 매 순간 입증한다. 1막 후반, 더 깊은 소리를 강요하는 아버지를 향해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절규하다가, 끝내 시력을 잃고 “차라리 죽이라”며 통곡하는 장면은 공연장을 압도한다.
차지연이 토해내는 처절한 원망과 슬픔의 울부짖음은 관객들의 숨소리마저 멎게 만들며,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예인의 고독한 경지를 온몸으로 웅변한다.
각자의 소리의 길을 찾아 흩어졌던 송화와 동호는 50년이라는 긴 세월을 돌아 마침내 재회한다. 가혹한 운명 속에서도 소리를 다듬으며 삶을 견뎌낸 송화의 여정은, 비극을 슬픔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끝내 위로로 치환한다.
음악과 서사가 이뤄낸 고품격 스테이지는 창작 뮤지컬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지점을 보여준다. 4년의 기다림 끝에 다시 찾아온 뮤지컬 ‘서편제’는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오는 7월 19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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