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승목/ 사진제공=SM C&C
지난 26일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극본 박준우/ 연출 이지현)가 12회를 마지막으로 종영을 맞았다.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놈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펼쳐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배우 유승목은 극 중 군 장성 출신의 정치인으로 검사 차시영(이희준 분)의 아버지 차무진 역을 맡았다. 강태주(박해수 분)의 어머니와는 불륜 관계이자, 강태주의 여동생 강순영(서지혜 분)의 친부로, 인정욕구로 뒤틀린 차시영을 더욱 불안정한 상태로 몰고 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유승목은 이러한 차무진 역을 카리스마 가득한 모습으로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또한 유승목은 최근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방송 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데뷔 26년 만에 처음으로 상을 받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당시 유승목이 남긴 수상소감 역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유승목은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SM C&C 사옥에서 취재진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유승목은 '허수아비'를 비롯해 백상예술대상 수상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 귀를 기울이게 했다.
배우 유승목/ 사진제공=ENA '허수아비'
<【N인터뷰】 ①에 이어>
-백상예술대상에서 수상을 하고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까지 나왔는데,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정말 느닷없다. 수상이 안 됐으면 그럴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 같은데 수상이 하고 나니깐 진짜 이틀 만에 연락을 받고 이틀 만에 '유퀴즈' 녹화를 했다. 수상소감 덕분에 관심을 많이 보내주신 게 아닐까 싶다. 오랜 시간 만에 처음으로 후보에 오르고 상도 받고 한 것을 시청자들이 함께 느껴주고 좋아했던 것 같다. 갑작스러운 며칠 안에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졌던 것 같다.
-'유퀴즈' 출연하고 나서 딸들의 얘기도 많이 했는데, 딸들의 반응은 어땠나.
▶그냥 만족을 떠나서 그 친구들도 놀라움이다. 아빠가 후보됐을 때도 '미친'이라고 했다. 유퀴즈 나오니깐 진짜 '미친'이라고 했다.(웃음)
-'유퀴즈' 출연 이후에 어떤 응원을 받은 게 있나.
▶'오랜 무명 시절을 견디면서 이렇게 끝까지 온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라며 60대, 70대 되시는 분들이 응원해 주셨다. '연기를 잘 한다'는 얘기도 해주시고 되게 감사하면서 눈물도 나고는 했다.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데 인기를 체감하나.
▶어제 식사하는데 아르바이트하시는 분이 사인 좀 해달라고 하시더라. 자기도 연기 전공이라고 하시더라. '아 정말이요? 학교를 전공하시는 거예요?' 했더니 뮤지컬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열심히 해서 저희 꼭 현장에서 만나요'라고 했다.
-무명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제일 큰 거는 연기를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너무나 하고 싶었고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을 받고 싶었다. 또 연기가 너무 좋았다. 배우라는 걸 하고 싶은 게 컸던 것 같다.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을 텐데.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단지 그런 생각은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거 한다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산다는 것에서 뒤따라온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었다.
-포기하지 않게 격려를 해준 선배도 있었나.
▶아직도 그분 때문에 포기 안 하고, 캐릭터가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도 버티게 해주신 분이 있다. 오래 전에 작고하셨는데 연출가이시면서 글도 쓰셨던 김상열 선생님이라고 있다. 제가 그때 극단에 있을 때 그분의 악극을 했었는데 대본이 나왔다고 연출 선생님 댁에 대본을 받으러 갔었다. 극단 봉고차 몰고 대본을 받았다. 극단에 수십명이 있는데 대본을 제가 먼저 받았다. 차를 세워두고 대본을 보고 '내가 할 게 뭐가 있나' 싶었다. 3장 3막의 초가집인데 담장 너머로 새우젓을 외치며 지나가는 새우젓 장사 밖에 제가 할 게 없더라. 그때 저는 막내였다. 박인환 최주봉 선배님 모시고 3장 3막이 됐다. 지나가는 새우젓 장사가 나오니깐 연출 선생님이 '잠깐만 이건 누가하지?'라고 했는데 제가 막내인데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냥 대사는 '새우젓 사려' 인데 무지하게 연습했다.
다음날 연습하는데 너무 긴장을 해서 '새우!'하면서 숨이 덜컥 막히더라. 그래서 벌떡 일어나서 '죄송합니다'라고 하고 뒤돌아서 '찹쌀떡, 메밀묵'을 말하면서 목을 풀고 '새우젓 사려'를 했다. 그 뒤에 연출님이 제가 아예 집에 들어와서 여주인공에게 대사도 치게 해주셨다. 이후에 미국 공연 가는데 집 뒤로 가는 게 아니라 객석 한 가운데에서 등장해서 무대 위로 올라가게까지 해주셨다. 뒤풀이 때 김상열 선생님이 술을 따라주면서 '지금처럼만 끝까지 열심히 해, 너 분명히 된다'라고 하신 말씀이 지금까지 버티게 해준 것 같다. 정말 잊지 못한다.
taehyu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