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감독 "'임석만·윤혜진 사건'에서 출발…피해자들에게 위로되길" [N인터뷰]①

연예

뉴스1,

2026년 5월 27일, 오후 12:18

ENA '허수아비' 박준우 감독, 이지현 작가 / 스튜디오 안자일렌 제공

'허수아비'의 박준우 감독이 이춘재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고(故) 김현정 양 사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 씨 사건이 드라마의 시작점이었다면서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의 이지현 작가, 박준우 감독은 2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26일 막을 내린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인물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펼쳐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1회 2.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시작해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최종회는 8.1%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나타냈다. 이는 ENA 채널 드라마 역대 시청률 2위에 해당한다.

최종회에서 강태주(박해수 분)는 30년의 세월이 흘러 2019년 현재까지 끝나지 않은 사건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한 싸움을 계속해 나아갔다. 허수아비로 정체를 숨긴 연쇄살인범을 쫓던 이들 모두가 허수아비와 다를 바 없었다며, 자신은 더 이상 허수아비로 살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에는 마음껏 누리지 못한 '평범한 일상'과 끝까지 지키지 못한 '소중한 이들'을 향한 그리움이 담겨있어 먹먹한 여운을 선사했다.

박준우 감독은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연출로 시작해 드라마 '닥터탐정' '모범택시' '크래시' '메리킬즈피플' 에 이어 '허수아비'를 선보였다. 이지현 작가와는 '모범택시'에 이어 '허수아비'에서 호흡을 맞췄다.
ENA '허수아비' 박준우 감독 / 스튜디오 안자일렌 제공

-실제 사건을 다룬 드라마다.

▶2020년 이지현 작가님과 '모범택시'를 마무리한 뒤 다큐멘터리를 통해 윤성여 씨(임석만의 모티브가 된 인물) 김현정(윤혜진의 모티브) 양의 가족을 뵀다. 그분들이 지나가는 말로 '이런 사건도 드라마를 할 수 있나'라고 하시더라. 처음에는 '그건 좀 힘들 것 같다'고 했지만 범죄 사건으로 그 시대를 보여주는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지현 작가님을 엄청나게 설득했다.

▶(이지현) 이런 소재로 써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실화를 다루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고 (감독님이) 경찰이 피해 아동을 묻는 이야기까지 다루고 싶다는데 정리가 안 되더라. 6개월 정도 거절했다. 그래도 계속 감독님이 오셔서 연락을 주시더라. 드라마가 잘 끝나고 보니 그때 저를 포기하지 않고 '허수아비' 작가로 만들어준 것 같다.

▶(박준우) 작가님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잘못된 수사의 회고록처럼 보이길 바랐다.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현재 시점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고, 석만 사건과 혜진 사건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동네 형이 범인이어야 한다고 부탁드렸는데 그걸 다 이야기로 만들어주셨다.
ENA '허수아비' 박준우 감독, 이지현 작가 / 스튜디오 안자일렌 제공

-윤성여 씨나 김현정 양 가족들의 반응은.

▶(박준우)윤성여 씨는 왜 12부작만 하냐고 하시고, 드라마에서 윤혜진 양의 동생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김현정 양의 오빠가 있다. 방송할 때마다 연락을 주고받는다. 김현정 양의 오빠는 아무래도 가족이 얽힌 비극이라 그런지 방송을 못 보셨다고 한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신다고 하더라. 이 드라마는 그 두 분 때문에 시작한 것이다. 배우들이 바쁘긴 한데 끝나고 찾아뵙자고 이야기했다.

-최종회가 아닌, 7부에서 범인을 공개했다 .

▶(박준우) 범인이 빨리 밝혀져야 저희가 원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7부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빨리 공개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작가님 대본이 좋았다. 기환이가 동생 죽음에 너무 슬퍼하다가 범인으로 공개됐다. 기존 드라마 템포를 무시하고 앞에 음악도 깔지 않고 엇박자로 공개하는 식으로 연출했다.
ENA '허수아비' 이지현 작가 / 스튜디오 안자일렌 제공

-드라마에서만큼은 판타지를 더한 결말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을 것 같다.

▶(박준우) 시작점이 두 피해자여서 감히 그런 건 상상을 못 했다. 저희를 편성해주고 스튜디오나 채널에서는 사이다를 원하는 반응도 있었다. 차시영이 번개나 교통사고로 죽어야 하나 싶었다. 처음에는 강태주를 죽이는 전개도 생각했다. 작가님은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

▶(이지현) 태주는 막판에 유일하게 바로잡으려는 인물이다. 그렇게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노년의 태주는 사회적 지위를 다 잃지만, 사람을 얻는다. 순영, 영범과도 교류하면서 살 것이다. 심리적인 보상을 주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윤성여 선생님, 김현정 양 가족 등 이런 분들이 (현실에는) 더 많으시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노력한다고 했는데 그분들이 어떻게 만족하실지 모르겠다. 이춘재라는 연쇄살인마 때문에 피해를 본 분들에게 이 작품이 위로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작품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이지현) 마지막화까지 보셨을 때 여운이 간직되는 드라마이길 바랐다.

▶(박준우) '허수아비'가 80년대 허수아비를 그렸다면 90년대, 2000년대 (또 다른) 허수아비가 있다. 이 작품이 이런 드라마가 나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실화 등 가까운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작가님이 그런 걸 써주셨으면 좋겠다. 박해수 이희준 배우도 또 나오고 싶다고 하니까. (웃음)

<【N인터뷰】②에 계속>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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