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부터 '군체'까지, 연상호는 왜 10년 동안 좀비를 놓지 못했나 [영화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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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연예,

2026년 5월 30일, 오전 10:00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좀비물을 본다는 건 코미디에 가까웠다. 어설픈 분장도 낯설었지만, 죽었는데 살아 움직이는 존재를 대중이 받아들이기엔 정서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이후 좀비는 단박에 하나의 장르가 되었고, '부산행', '반도'에 이어 '군체'까지 10년 동안 3부작의 좀비물을 한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결과물을 경험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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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은 왜 이렇게 좀비를 사랑하는 걸까? 그는 좀비를 "사회의 잠재적 공포"라고 설명했다. 사회가 품고 있는 잠재적 공포를 형상화한다면 그게 바로 좀비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시대는 계속 바뀌고 그때마다 당대의 잠재적 공포가 다양하겠지만, 그 다양한 공포를 다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좀비가 최선일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좀비 영화가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거라는 연상호 감독의 말은 여러 번 곱씹어 보게 만든다. 지워도 계속해서 달리는 악플이나, 아니라고 해도 유튜브에서 계속해서 생산해내는 가짜 뉴스 같은 것들도 좀비의 성격에 대입하면 '사회적 공포'라는 말이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좀비에 대한 생각이 이러하기에 연상호 감독은 매 작품마다 당대성을 담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 시대의 현실 공포를 최대한 직관적으로 담아서 좀비를 통해 표현한다는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때는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가족애가 있어서 공포가 더 강해진다. 반면 '군체'는 인물들의 서사가 공포와 붙어있지 않다. 지금의 사회는 집단지성이 강하게 작용한다. 집단지성 앞에서 인간의 개별성은 무력해지는 게 지금의 사회다"라며 집단지성, 뇌 공유 등의 이슈가 메인으로 등장하는 '군체'의 특징을 이야기했다.

일반 관객이 볼 때는 '부산행'이나 '군체'나 같은 좀비물 같지만, 연상호 감독은 "'군체'는 '지옥'의 액션 판"이라고 설명했다. "최규석 작가와 '지옥' 1, 2 시리즈를 만들면서 우리끼리의 찝찝함이 있었다. 집단지성에 대한 이야기로 총 12편의 시리즈를 만들었음에도 코어의 명확한 집단성의 근원이 해결 안 된 것 같더라. 그래서 대화를 나누다가 '의외로 AI는 어떻게 구동되지?' 하다가 보편적 사고의 통합이 AI의 결과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지금의 사회가 보편적 사고의 총합이 집단지성이 되어 있기에 개별성이 무력해진 거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런 생각들을 '지옥'에서는 철학적인 대화인 시리즈로 풀었다면, 이번에는 액션 영화로 직관적으로 보여드리게 된 것"이라며 '지옥'과 '군체' 두 작품이 각각 크리처물과 좀비물이지만 동일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군체'의 원래 시나리오는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는 말도 했다. 168페이지 분량의 장대한 이야기였고,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각 등장인물들의 자세한 서사들이 다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달리기 잘한다고 자원하는 60대 노인은 아내가 치매 환자였고, 집에 치매에 걸린 아내를 혼자 두고 잠시 밖에 나왔던 터라 자꾸만 아내에게서 밥 달라는 전화가 와서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동기가 있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관계 중심으로 풀다 보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고 한다. 압축해야 한다는 생각과 체험형 액션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많은 부분을 덜어낸 결과물이 지금의 '군체'라고 했다.

연상호 감독이 좀비물을 만들 때마다 흥행하는 편이고, 크리처물을 포함해 좀비물까지 경험이 많다 보니 자신만의 노하우가 많은 건 아닌지, 좀비물을 앞으로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의 배경에는 자신감이 있는 건지에 대해 궁금했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좀비물은 촬영하면서도 재미가 있다"는 답을 했다. "다른 크리처물은 완성될 때까지 구체적인 형상을 보지 못한다. 후반 작업에서 만들어지는 거니까. 그런데 좀비물은 촬영하면서 바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인간 신체로 하는 게 많다 보니 현장에서도 경이로울 때가 많고 굉장히 직관적이다"라며 즉각적으로 만드는 재미가 느껴져서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세 번째 좀비 영화인데 좀비의 외형에는 변화가 있었을까?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때와 큰 차이가 없다. 그때는 좀비를 처음 해보는 거여서 외형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당시에 눈을 해골처럼 만드는 게 유행할 때인데 그게 이상해지더라. 이번에는 거의 비슷한 좀비 외형이지만 점액질을 더해봤다. 붉은색에 흰색 점액질이 섞이니 더 컬러감이 강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있었다"며 좀비에 점액질 하나를 더 얹어 색다른 분위기를 내려 했다고 밝혔다.

'부산행' 때에 비해 좀비들이 더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차별점이었다. 감독은 "이번에는 '군체'다 보니 집단성이 중요해서 현대무용팀과 작업했다. 현대무용팀은 군무에 익숙하고 협업에 익숙한 데다, 무용이 추상적인 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직업이다 보니 소통하기가 쉬웠다. 대본이 담고 있는 추상성을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 현대무용팀에게 그런 요구는 이상한 요구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통제실을 검색하는 장면에서 '좀비가 키보드를 두드려도 될까?'라고 했는데, 그 장면을 그렇게 집단지성을 몸으로 표현해 장면을 만들어 주시더라. 그런 장면들이 여럿 있었는데 정말 특이하면서도 경이로웠다"라며 '군체'에서 선보인 좀비들의 움직임에 애정을 보였다.

전문 스태프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연니버스'의 구현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앤트밀' 장면은 프리프로덕션 마지막 단계까지도 완성되지 않은 채, '집단적 오류를 일으키다가 재부팅된다'라고 추상적으로 쓰여있기만 했다고 한다. 이 추상적인 말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풀어낼지 고민하던 중 '앤트밀 현상'을 알게 되었고, 이를 꼭 써야겠다 싶어 대본도 수정하고 안무팀에서 군무의 레퍼런스도 받아 결국 지금의 장면을 완성했다. 연상호 감독은 이 과정이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모두와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이 '앤트밀' 장면에는 폭소할 만한 비하인드가 숨겨져 있었다. "좀비들이 재부팅되기 전, 결국 파워 다운이 된다는 설정인 건데 이게 설명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더라. 막판까지도 좀비들이 쓰러질 때 윈도우 시스템이 종료될 때의 소리를 넣을까 말까 고민했었다. 윈도우 종료 사운드를 철학적으로 파고 들어가서, 그 종료음의 어떤 음정이 우리에게 재부팅 혹은 종료라는 인식을 주는가까지 따져가며 사운드를 만들었다. 영화에 그런 제 고민이 녹아있어서 '뿌우' 하는 소리가 들어가는데, 그게 바로 그런 고민의 결과로 넣게 된 사운드다"라고 비하인드를 공개해 영화 속 모든 장면의 비주얼, 사운드 등 어떤 요소도 감독의 고민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했다.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영화 '군체'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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