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감정 표현에 몰입 안 돼"… 외면 받은 AI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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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6월 04일, 오전 06:00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누적 관객수 640명, 781명.’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건 국내 장편영화 ‘한복 입은 남자’와 ‘아이엠 포포’가 극장가에서 받아든 성적표다. AI 영화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작품으로 주목받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AI 장편영화들이 속속 개봉하고 있지만,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 ‘한복 입은 남자’(왼쪽)와 ‘아이엠 포포’ 포스터.(사진=블루필름웍스, 시네마 뉴원)
◇화제성은 있었지만 흥행은 실패

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나란히 개봉한 AI 장편영화 ‘한복 입은 남자’와 ‘아이엠 포포’는 각각 640명, 781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한복 입은 남자’과 ‘아이엠 포포’의 누적 매출액은 각각 약 563만원, 약 813만원 수준이다. 결국 개봉 2주 만에 극장에서 내려간 두 작품은 ‘AI 제작’이라는 화제성만으로는 관객을 모으기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관람료가 1만 5000원 수준으로 오르면서 관객들은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경험과 몰입감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 작품 모두 제작비가 기존 상업영화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에서 손익분기점은 넘겼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흥행 참패에도 그나마 제작 효율성 측면에선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최근 티빙에서 공개된 AI 장편영화 ‘아파트’의 경우 약 5억 원의 제작비로 제작했다. 제작사인 CJ ENM 측은 “같은 작품을 기존 방식으로 만들 경우 약 25억 원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관객이 원하는 건 기술이 아닌 이야기

AI 영화의 흥행 실패는 장편 서사에 필요한 감정선과 몰입감 구현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정 장면을 생성하는 능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인물의 성장과 감정의 축적, 이야기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영역은 여전히 인간 창작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관객들은 “기술 데모 영상을 길게 보는 느낌”, “감정 표현이 어색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결국 현재 AI 영화가 마주한 과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영화적 완성도로 여겨진다. AI 제작 현장도 완전 자동화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AI 장편영화 ‘헬 그라인드’의 경우 첫 25분 분량을 완성하기 위해 1만 6181번의 영상 생성 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에도 AI 장편 상업영화 ‘라파엘’, ‘젠플루언서’ 등이 개봉을 준비 중이다. 다만 업계는 AI가 영화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실사와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에서 현실적인 가능성을 찾고 있다. 실제로 김한민 감독의 ‘칼: 고두막한의 검’, 강윤성 감독의 ‘아덴만’, 이철하 감독의 ‘오케이 마담2’ 등은 CJ 포디플렉스의 영화제작 플랫폼 ‘젠AI’ 기술을 접목해 제작 중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AI는 제작 효율을 높이는 유용한 도구지만, 관객과의 정서적 소통까지 대체하기는 아직 어렵다”며 “전 과정을 AI에 맡기기에는 기술적·사회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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