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사진=미디어캐슬)
오는 10일 개봉하는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집에 들어온 7세 설정 휴머노이드가 가족이 된다는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다. ‘어느 가족’, ‘괴물’ 등을 통해 가족과 공동체를 꾸준히 탐구해 온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라는 현대적 소재를 통해 상실과 기억, 가족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죽은 이를 기억하는 방식, 남겨진 사람들이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법,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상상력. ‘상자 속의 양’은 그 질문들을 조용히 관객 앞에 내려놓는다.
영화 '상자 속의 양'의 한 장면.(사진=미디어캐슬)
다만 그는 이번 작품을 AI 영화로만 해석하는 것은 경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휴머노이드 자아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려고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간의 마음을 그리려고 노력했다”며 “휴머노이드가 자아를 갖게 되고 무리를 이루는 모습이 등장하지만, 그것이 내가 그리고자 한 이야기의 핵심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를 잃은 부모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후회하며 살아간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심한 말을 했던 것을 후회하고, 아버지는 하지 못했던 말을 후회한다”며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하는 이야기에서 영화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AI에 대한 개인적 호기심도 털어놨다. 그는 “휴머노이드의 자의식은 어디에서 싹트는가 궁금했다”며 “AI 전문가를 취재했는데 자의식은 정의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뉴스도 접했다”며 “실제로 그런 일이 가능해지고 AI들이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면, 그것이 자의식처럼 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자아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사진=미디어캐슬)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마지막에 아이들이 숲으로 향하지만, 모두가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돌아온 사람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존재를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는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지지만 찍히지 않은 부분도 중요하다”며 “영화 속 휴머노이드나 숲, 공간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관객들이 상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 속 건축가 설정 역시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 그는 “건축가는 집을 짓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는 글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영화감독 역시 배우가 공간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일을 한다. 그런 점에서 건축과 영화가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쿠와키 리무(사진=미디어캐슬)
쿠와키 리무는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 방식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감독님은 현장에서 ‘너답게 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며 “다른 감독님들은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독님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 역시 쿠와키 리무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 아이다’라는 직감이 있었다”며 “오디션을 거듭하며 확신이 생겼고, 특히 아버지와 목욕탕에서 대화하는 장면을 보고 최종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배우를 지도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며 “첫 테이크 이후 스스로 대사와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응용력이 놀라웠다. 아역배우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배우”라고 칭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