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9시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174회에서는 이른바 '베이비 부부'로 소개된 부부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게임에만 몰입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의 일상을 세세하게 챙기는 아내의 모습이 공개되며 충격을 안겼다.
모태솔로였던 남편은 첫 연애 상대였던 아내를 만나기 위해 왕복 5시간 거리를 오갈 정도로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남편은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며 보내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내의 행동이었다. 아내는 식사 준비와 집안일은 물론 병원 예약, 외출복 준비, 신발 상태 확인까지 남편의 일상을 하나하나 챙겼고, 심지어 "내가 할 테니 가서 게임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본 오은영 박사는 "마치 37개월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남편을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돌보던 아내 역시 깊은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이렇게까지 기회를 주고 도와줬는데도 스스로 포기한다면 더 이상 희망이 없을 것 같다"며 결혼 이후 남편이 극심한 무기력 상태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보험 영업에 종사했던 남편은 결혼 후 실적이 급격히 하락했고, 이후 친구의 권유로 가입한 고액 보험 상품이 사기로 드러나면서 부부는 8천만 원의 빚과 개인파산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해 남편은 "결혼하고 나서 모든 것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로 의욕이 사라졌다"고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나 부부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남편의 예측하기 힘든 분노 조절 문제였다. 남편은 술에 취한 외숙모의 폭언에 격하게 대응하는가 하면, 보험 영업 당시에도 고객과의 갈등이 발생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아내는 "현재 직장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봐 두렵다"며 "또다시 그런 일로 직장을 잃게 된다면 이혼을 생각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를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남편은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이지만 심리 상태가 나빠지면 분노를 조절하기 어려워진다"며 "회복탄력성이 매우 낮아 작은 좌절에도 '내 인생은 끝났다'고 판단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내의 건강 상태도 안타까움을 더했다. 선천성 척추분리증을 앓고 있는 아내는 통증이 심할 경우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할 정도라고 밝혔다. 결국 건강 문제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음에도 남편의 새벽배송 출퇴근을 위해 매일 왕복 8시간 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출연진 모두를 놀라게 했다. MC들 역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출퇴근 방식"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시험관 시술을 준비 중인 부부에게는 가슴 아픈 상실의 경험도 있었다. 두 사람은 임신 18주 차에 조기 양막 파열로 아이를 떠나보냈다고 밝혔다. 남편은 당시를 떠올리며 "제 손바닥보다도 작았는데 눈과 코, 입이 모두 있었다. 너무 큰 충격에 이성을 잃고 울어 간호사 선생님이 말릴 정도였다"고 고백해 스튜디오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방송 말미 오은영 박사는 아내의 과도한 돌봄에 대해 "37개월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양육 방식"이라며 "오히려 남편의 자조 능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를 잃은 아픔을 겪은 부부에게는 "너무 간절한 마음이 오히려 뇌에는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잊으라는 의미가 아니라 슬픔을 건강하게 떠나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생명을 맞이할 마음의 공간도 생긴다"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이번 방송은 부부 관계에서 사랑과 헌신이 때로는 상대의 성장과 회복을 막을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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