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나홍진 감독 "클리셰 깨부수겠다는 욕심, 황정민이니까 도박했다" [영화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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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연예,

2026년 7월 12일, 오전 10:00

"그건 말이 필요 없고, 오히려 '왜 그 배우를 믿지 않았냐'고 묻는 게 더 쉬울 것 같습니다. 황정민이라는 배우는 이미 수많은 대단한 작품 속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스스로 증명해낸 인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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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신작 '호프(HOPE)'로 돌아온 거장 나홍진 감독이 전작 '곡성'(2016)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배우 황정민을 향해 굳건한 경외감을 드러냈다. 오는 7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호프'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인 최대 1,000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초대형 크리처물이다. 실시간 예매율이 벌써 50%에 육박하며 극장가에 압도적인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 거대한 규모의 영화에서 나홍진 감독은 매우 파격적인 연출적 선택을 감행했다. 전체 156분의 러닝타임 중 극 초반 40~50분가량을 오직 황정민(출장소장 범석 역) 혼자서 미지의 존재와 사투를 벌이는 시퀀스로 채운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 긴 시간 동안 외계인은 단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홍진 감독은 이 과감한 초반 시퀀스에 대해 "혼자 뛰고 달리고 이동하고 숨으면서 점층적으로 모든 공포를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대화를 나눌 상대 배우도 없고, 심지어 보이지도 않는 대상을 상대로 연기해야 했다. 내가 신을 순서대로 찍어준 것도 아니었다"라며 황정민에게 주어졌던 혹독한 과제를 복기했다.

나 감독은 "사실 영화 초반의 이 시간은 길든 짧든 이러한 류의 영화에 필히 존재하는 전형적이고 물리적인 설정, 즉 '클리셰'다"라고 정의하면서도, "하지만 이번 작품은 장르 영화로서 진짜 프로페셔널하게 제대로, 깊이 있게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 클리셰를 내 손으로 모두 해체하고 다시 조립해 내겠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 감독 특유의 날것 가득한 워딩으로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는 "그 티피컬(전형적)한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명장면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기에, 황정민이라는 배우 달랑 한 명 모시고 '이 시간 동안 한번 개겨봅시다' 하고 던질 수 있었다"라며 "그야말로 도전적이자 도박적인 결심이었다. 배우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고, 그 조성을 완벽하게 해내 준 우리 스태프들에 대한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 있었기에 과감히 도박을 걸어볼 수 있었다"고 밝혀 감탄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나홍진 감독이 이토록 황정민이라는 인간에게 집착하고 신뢰하는 근본적인 기준은 무엇일까. 나 감독은 이에 대해 거장이 지닌 독특한 '배우론'을 피력했다. "저는 현장에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배우분한테 아주 디테일한 부탁을 드린다. 장기간에 걸쳐 계속 연기의 깊이를 심화시켜 나가고, 계속해서 밑바닥까지 '디깅(Digging·깊이 파고듦)'을 해나간다. 그렇게 대략 '코어가 드러났다'는 느낌이 올 때까지 배우와 멈추지 않고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이 수준의 심화된 밀도까지 들어가게 되면, 결국 배우 역할을 맡은 인간 본연의 날모습이 무조건 드러나게 되어 있고, 그것이 연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나 감독은 바로 그 한계점의 순간에서 황정민의 진가가 발휘된다고 말했다. "황정민 선배의 뛰어난 연기 능력은 이미 세상에 다 검증됐지만, 제가 가장 끌리는 건 이 인물이 가진 '선함'이다"라며 "어떤 지독한 연기를 하든지 그 바탕에 선이 담겨 있느냐 아니냐가 제게는 제일 중요하다. 밀도 높은 깊이로 디깅해 들어갈수록 황정민이라는 인간 본연의 선함이 툭 드러나는데, 그 면을 볼 때마다 작업을 하는 것이 더 좋아지고 재밌어진다. 그것이 내가 그분을 끝까지 믿는 진짜 이유"라며 뜨거운 애정을 표현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7월 15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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