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 연상호 감독 "격변기 韓영화, 메인 산업 밖에서 다양한 시도해야"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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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7월 13일, 오전 06:00

연상호 감독은 "독립영화가 살아야 한국 영화계도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 뉴스1 권현진 기자

한국영화는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OTT 플랫폼의 부상으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줄었고, 그에 따라 투자는 위축되고 신작의 제작 편수도 하강 곡선을 찍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매년 2~3편의 신작을 내며 자신의 이름을 딴 독자적인 세계관을 확장해 가고 있는 크리에이터가 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군체'로 누적 6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승승장구 중인 연상호 감독이다.

'군체'에 이어 넷플릭스 '가스인간'의 공개로 바쁜 연 감독은 특유의 성실함과 독창성으로 격변하는 콘텐츠 시장에 누구보다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다. 연 감독과 마주 앉아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라 불리는 그의 작품 세계와 한국 영화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연상호 감독은 "일부러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 뉴스1 권현진 기자

<【뉴스1 초대석】 연상호 감독 편①에 이어>

-변화하는 시장에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 있는 감독 같다. 시작은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실사 영화로 명성을 얻었다. OTT와 방송에도 진출해서 각본도 쓰고 시리즈물도 연출했다. 제작비 2억 원으로 만든 영화 '얼굴'의 흥행은 극장가에서 이례적인 케이스로 주목받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인가.


▶일부러 많이 해보려고 하는 거다. 영화산업이 격변기로 접어들었다. '부산행'을 할 때만 해도 안정기였다. 4대 배급사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20년 가까이 유지되던 세상이었다. 그런데 '부산행' 이후로 격변기가 시작됐고,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초 격변기로 접어들었다. 격변기로 접어들면 어떤 시스템으로 정착될지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을 여러 가지 해봐야겠다 생각을 가졌다. 격변기가 아직 안 끝났다. 이제 슬슬 마지막에 나의 노년과 함께 보낼 플랫폼이 있어야 하는데…나에게는 그게 독립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제 어느덧 한국 영화계의 허리 역할,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의 영화계에 여러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창작자로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근 10년을 (메인) 산업 안에서 일했다. 결과적으로 산업이라고 하는 것이 모양을 달리하고, 시스템이 안정성을 못 주니 불안해지는 게 맞다. 이런 때야말로, 산업 밖으로 나가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산업 밖에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아오이 유우의 '훌라 걸스'를 비롯한 일본 영화들이 엄청나게 재개봉한다. 그런데 그 영화들이 다 당대에 히트를 한 작품들은 아니었다. 독립영화들이었다. 몇십년이 지나도 재개봉할 정도의 영화적 존재감을 갖고 있다. 영화적 존재감을 갖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100% 흥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산업 시스템이 제공하는 것을 만족시키는 것은 흥행 영화다. 그렇지만 영화의 속성이 꼭 흥행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영화계가 여러 면에서 잘되려면, 다양한 독립영화 제작 등 산업 밖에서 해보려고 하는 게 많아져야 할 것이다.

연상호 감독은 " 한국 고전 실험영화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밝혔다. © 뉴스1 권현진 기자

-아이템으로 승부하는 독립영화가 잘 되면 그 작품들을 만든 제작진과 배우들이 메인 산업 안으로 진출해 한국 영화계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는 의견인데, 예전 9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 시기와 비슷한 구도를 그리는 것인가.

▶지금은 독립영화를 배급할 수 있는 레이블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과거에 아트하우스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잘되지 않으니까 없어졌을 것이다. 사람들의 성향이 너무 바뀌었다. 사람들의 성향은 바뀌었는데 필름 메이커는 같은 방식으로 만들면 말이 안 된다. 배급도 중요하다. 요즘은 독립영화 쪽이 배급지원을 못 받으면 개봉 자체를 못 한다. 독립영화가 상업적으로 개봉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관객들에게 닿을 수 있는 방식의 배급 방식을 찾아야 한다. '얼굴'도 사실 그런 방식을 찾아보려고 만든 영화이기는 했다. 지금은 너무 큰 영화 중심이다. 그래서 게임 체인저에만 관심을 갖는다. 게임 체인저는, 게임 체인저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진짜 게임 체인저는 다른 데서 나온다.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런 것들이 쌓여 데이터가 나오고 방식도 찾을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데이터가 안 쌓여서 문제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한국영화가 보다 밝은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영화 만드는 방식을 좀 다르게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독립영화를 만드는 방식이나 배급하는 방식에서 그렇다.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상업영화 배급하는 게 그다지 효과가 있지 않다면,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옛날에 재밌는 농담이 있었다. 한국에서 지브리 원화 전시를 미술관에서 하면 100만 명이 오는데, 지브리 영화를 100만 명이 안 본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어떤 식으로 포장해 어떤 타깃 관객층에 던져 주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배급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독립예술영화, 실험영화도 다 관심이 있으니 개봉하고 재개봉을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안 보는데 줄을 서지 않을 거다. 구로사와 기요시 영화는 리마스터링해서 개봉한다. 박헌수 감독님의 '진짜 사나이'도 리마스터링이 얼마 전에 됐지만 그걸 과연 배급할 수 있을까. 개봉할 수는 있겠지만 한국 고전 실험영화들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고 평론이 나오고 해야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구로사와 기요시를 아는데 '진짜 사나이'를 모르면 말이 안 된다.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 연상호 감독은.

1978년생. 1990년대 후반부터 애니메이션 쪽과 인연을 맺은 뒤 1997년 단편 'D의 과대망상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막 치료를 끝낸 환자가 보는 창밖풍경'을 통해 데뷔했다. 2004년에는 '지옥: 두개의 삶'을 내놓으며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11년 '돼지의 왕'을 선보였고,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사상 처음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2016년에는 자신의 첫 실사 영화 연출작 '부산행'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후 '반도' '염력' '정이' '얼굴' '군체' '방법' '지옥' '괴이' '선산' '기생수: 더 그레이' '군체'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의 연출 및 각본을 맡는 등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come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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