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상상의 세계가 눈 앞에…21세기 호메르스, 놀런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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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7월 24일, 오전 11:32

'오디세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영화화하기로 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인다. 시간과 우주, 현실과 꿈의 경계 사이를 오가며 고뇌하는 한 인간의 서사를 그리는 데 천착해 온 그는 이번에는 기원전 고대 그리스로 올라가 이 소재를 표현하기에 딱 좋은 한 사람을 찾아냈다. 고대 그리스의 음유시인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다.

지난 23일 국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오디세이'는 과연 해외에서의 어마어마한 성적이 납득되는 압도적인 미장센과 유려한 이야기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체험형 영화'의 가치가 더욱 상승하고 있는 시기, '오디세이'는 신과 인간의 경계가 옅었던 신비로운 신화의 시대를 아름답고 웅장하게 재현하는 한편, 신화 속 영웅을 공감할 만한 면이 많은 현대적인 인물로 재창조해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는 트로이 전쟁과 관련한 시를 듣고 괴로워하는 왕자 텔레마코스(톰 홀랜드 분)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시 속에서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는 지혜롭고 용맹한 영웅이지만, 현실에서는 트로이 함락 8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집으로 귀환하지 못하고 있는, 생사조차 알 길이 없는 아버지이며, 남편이다. 오디세우스의 아내이자 이타카의 왕비인 페넬로페(앤 해서웨이 분)는 매일 밤 결혼을 하자며 달려드는 구혼자들에게 만찬을 제공한다. 손님을 환대해야 하는 '제우스의 법' 때문에 찾아온 이들을 쫓아내지 못하는 그는 남편의 수의만 완성하고 나면 구혼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며, 몇 년째 매일 밤 수의를 만들었다 풀고 만들었다 푼다.

넬로페와 텔레마코스가 그토록 기다리는 오디세우스는 모종의 장소에서 기억을 몽땅 잃은 채 살고 있다. 그곳은 바다의 여신 칼립소(샤를리즈 테론 분)가 사는 곳으로, 오디세우스를 사랑하는 칼립소는 정성을 다해 그를 보살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서서히 돌아오는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이후 영화는 아버지의 흔적을 쫓는 텔레마코스와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는 오디세우스, 두 사람의 시점으로 오디세우스가 경험한 귀환의 여정을 그려낸다.
'오디세이'

'오디세이' 포스터
그리스의 대서사시는 크리스토퍼 놀런의 손끝을 통해 현대적인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전쟁을 함께 한 동료들에 대한 의리와 책임감, 전쟁이라는 참극 속에서 보게 된 탐욕스러운 인간의 악한 본성, 두 가지 가치의 대립 속에서 고뇌하는 오디세우스는 무척 현대적인 인물이며, 크리스토퍼 놀런이 꾸준히 그려왔던 인물상이다.

그리고 이 현대적인 인물의 고민은,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공명한다. 청동기 문명의 쇠퇴기를 배경으로 하는 '오디세우스'는 묘하게 지금과 겹친다. 오디세우스가 그랬듯, 21세기의 관객들 역시AI 시대의 도래로 산업 혁명 이후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문명 교체기'를 살아내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여명은 밝아오고 우리의 잘못은 잊히겠지"라고 말하는, 문명의 마지막을 목도하는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모습은 긴 여운을 남긴다. 놀런을'21세기의 호메로스'라 불러도 될만한 수많은 이유 중 하나다.

'오디세이'는 개봉 전 루피타 뇽과 엘리엇 페이지의 캐스팅으로 인한 논란에 둘러싸인 바 있다. 흑인인 루피타 뇽이 트로이 전쟁의 불씨가 된 미녀 헬레네 역을 맡고, 성전환자 배우인 엘리엇 페이지가 남성 캐릭터인 시논을 연기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역사적이지 않다'(혹은 '고증에 맞지 않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할리우드의 'PC주의'를 둘러싼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가치 충돌로 읽히는 이 같은 갈등은, 영화의 개봉 후에는 다소 잠잠해진 상태다. 논란의 불씨가 된 루피타 뇽과 엘리엇 페이지가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이견이 있는 사람이 봐도 이야기의 흐름을 깰만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배우들의 연기는 예상만큼이나 훌륭하다. 고뇌하는 한 인물의 서사를 끌고 가는 맷 데이먼부터, 현대물 뿐 아니라 고전물에서도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앤 해서웨이, 생기 가득한 톰 홀랜드, 젠데이아 커플과 비열한 안타고니스트 연기를 잘 해내는 로버트 패틴슨과 비주얼만으로도 여신 그 자체인 샤를리즈 테론 등 화려한 캐스팅은 영화의 품격을 한 층 높인다.

'오디세이'는 영화 역사상 최초로 전편이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됐다. 그만큼 아이맥스로 볼 때 그 장대함과 웅장함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리라와 아울로스 등 고대 악기를 사용한, 치밀한 고증이 돋보이는 루트비히 고란손의 음악 역시 '마스터피스'를 완성하는 하나의 조각이었다. 상영 시간 172분. 오는 8월 5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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