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디세이' 촬영 중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사진=tnaqimax SNS)
언뜻 보면 까다롭고 엉뚱한 규칙처럼 보이지만 기준은 분명하다. 촬영이 시작된 순간만큼은 모두가 영화 속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오디세이’(The Odyssey) 개봉을 앞둔 놀란 감독은 최근 해외 인터뷰에서 촬영장 운영 철학을 다시 꺼내 들었다. 특히 팬들 사이에서 궁금증을 낳았던 ‘어그부츠 금지’의 이유를 직접 밝히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어그는 너무 현대적이다”(UGGs are very modern)라고 말했다. 고대나 과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촬영하는 현장에서 누군가 어그부츠를 신고 돌아다니는 모습 자체가 영화의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촬영 중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사진=크리스토퍼 놀란 SNS)
휴대전화 금지도 같은 이유에서다. 촬영 대기 중 메시지를 확인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들여다보는 순간, 배우는 영화 속 인물에서 현실의 자신으로 돌아온다. 스태프 역시 외부 연락에 신경을 빼앗기면 현장의 긴장감이 느슨해질 수 있다. 놀란 감독은 촬영장 안에서만큼은 현실로 통하는 가장 빠른 통로인 휴대전화를 차단한다.
흡연도 허용하지 않는다. 촬영 흐름이 끊기는 것을 막고 현장 전체의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누군가 자리를 비우고, 다시 인원을 모으고, 촬영을 재개하는 짧은 공백까지 줄이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 '오디세이' 촬영 도중 맷 데이먼에게 다가가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크리스토퍼 놀란 SNS)
화장실도 좀처럼 가지 않는다. 영화 ‘오펜하이머’에 출연한 킬리언 머피는 한 인터뷰에서 “놀란은 오전 11시와 오후 6시, 하루에 화장실을 두 번 가더라”고 농담 섞인 폭로를 했다. 과장이 섞였을 수 있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좀처럼 흐름을 끊지 않는 놀란 감독의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배우와 스태프에게는 결코 편한 촬영장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인셉션’, ‘인터스텔라’, ‘오펜하이머’, ‘오디세이’로 이어지는 그의 작품을 떠올리면 이 유별난 원칙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분명해진다. 현실을 최대한 지워낸 촬영장에서, 그는 관객이 빠져들 또 하나의 현실을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