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BC연예와 만난 음문석은 강렬했던 영화 속 모습과 달리, 너무 모던하고 세련된 비주얼과 따뜻한 미소의 주인공이었다.
영화 '호프'에서 양배는 비무장지대 호포항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사건의 물꼬를 터뜨리는 핵심 인물이다. 외딴집 마네킹과 동물 사체들, 대형 냉동고가 놓인 기괴한 공간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양배는 존재 자체만으로 오싹함을 자아낸다. 나홍진 감독은 오디션 때 "양배는 착하지도, 나쁘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애지만 TV에 나오는 나쁜 사람들보다 더 상위의 인물, 왜냐면 그들은 잡히지만 양배는 잡히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고. 어떤 인물인지 알듯 모를듯한 이 설명을 받아들이기 위해 음문석은 굉장한 고민을 했다.
'잡히지 않는 절대 악'이라는 난해한 캐릭터를 풀어나갈 결정적 아이디어는 친누나의 조카를 관찰하던 중 얻었다. 음문석은 누나가 조카가 갖고 놀던 위험한 쪽가위를 빼앗았을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보통 아이라면 떼를 쓸 법도 한데, 조카는 당황하거나 울기는커녕 배시시 웃더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른 물건을 집어 들고 다시 놀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엔 그냥 넘어갔던 그 모습이 24시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어느 순간, 문득 섬뜩하고 무섭게 다가왔다고. 타인의 시선이나 위험성, 도덕적 관념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본능과 흥미에만 몰두하는 순수한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성인의 몸과 행동에 적용되었을 때 예측할 수 없는 기괴함과 공포(서스펜스)를 줄 수 있겠다고 확신한 순간이었다. 성인의 시선이나 도덕적 기준으로 보면 이상하지만, 아이의 시점으로 보면 집 안의 모든 게 장난감이었던 셈인 양배의 기묘함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봉준호 감독이 언급한 독특한 안면 근육의 움직임은 의외의 포인트에서 완성되었다. 양배의 비주얼을 위해 가짜 치아와 다크서클, 기미를 추가했는데 치아의 색깔, 사이즈까지 모두 디테일한 건 나홍진 감독의 디자인이었다고 한다. 나홍진 감독이 설정한 가짜 치아를 끼고 있으니 입 안이 매말라 중간중간 혀로 윗잇몸을 훑어야 했다고. 그걸 본 나홍진 감독이 그 장면을 연기에 녹여보자고 해서 독특한 안면 움직임이 만들어 졌다고 했다. 또한 가짜 치아 때문에 정확한 발음을 내기 어려워서 안면 근육을 조금 더 많이 써서 대사를 하려 했는데 그런 노력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잡은 것 같다는 비하인드도 전했다.
영화의 GV를 통한 봉준호 감독의 호평을 들었냐고 물으니 그는 환하게 웃으며 "봤다.몇십 번을 돌려봤다. 봉 감독님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직접 연출한 영화 '미행'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적 있는 음문석은 "제가 그때 칸에 갔을때 봉준호 감독님도 '옥자'로 칸에 오셨었다. 그 분이 레드카펫에 서 있는 것도 보고 그랬는데 너무 꿈같은 일"이라며 봉감독과의 인연도 전했다.
극찬에 이어 이런 인연까지 있으니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에 캐스팅 될 가능성도 있는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지금 이렇게 연기를 칭찬해주시는게 저는 과대평가된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도 제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되서 걱정이 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연기가 과대평가되어 있어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고 겸손을 내비친 음문석이지만, "우리 집에 있대니께유"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키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린 그의 광기 어린 연기는 이미 영화 '호프'에서 가장 선명하게 빛나는 성과 중 하나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고스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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