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돔보다 더 뜨거웠다… 에스파, 고척돔도 녹인 ‘압도적 쇠맛’[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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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8월 08일, 오후 10:57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전 세계를 달군 ‘열돔’도 이날만큼은 고척돔에 밀렸다. ‘레모네이드’로 시작해 ‘위플래시’, ‘블랙 맘바’, ‘아마겟돈’, ‘드라마’, ‘수퍼노바’까지. 에스파가 히트곡을 꺼낼 때마다 공연장의 온도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첫 고척돔 입성이었지만 분위기는 ‘입성’보다 ‘출정’에 가까웠다.

에스파는 7~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26-27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컴플렉시티’를 열고 양일간 3만 5000명의 관객과 만났다. 데뷔 후 처음 고척돔에 입성한 이들은 약 2시간 30분 동안 27곡을 소화하며 네 번째 월드투어의 출발을 알렸다.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히트곡만으로 뜨거웠다…‘쇠맛’ 넘어 보컬까지

첫 곡 ‘레모네이드’부터 고척돔이 요동쳤다. 에스파가 선창하면 팬들이 그대로 받아 떼창했다. 1층부터 돔 꼭대기까지 번진 목소리는 후렴구에서 거대한 합창으로 뭉쳤고, 비트가 터질 때마다 함성이 그 위를 덮었다. 이제 막 첫 곡을 시작했을 뿐인데, 고척돔은 이미 공연의 절정에 들어선 듯했다. 이어진 ‘스위치 블레이드’가 묵직한 비트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위플래시’에서는 가슴을 내리찍는 듯한 사운드와 절도 있는 퍼포먼스가 맞물렸다. 지젤의 하이라이트 파트에선 우레와 같은 함성이 따라붙었다.

‘블랙 맘바’에서는 에스파 특유의 강렬함이 정점을 찍었다. 빈틈없는 군무 사이로 윈터의 쩌렁쩌렁한 보컬이 돔을 갈랐고, ‘WDA’까지 이어지며 특유의 묵직한 ‘쇠맛’을 밀어붙였다.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강렬함만으로 2시간 30분을 채운 건 아니다. ‘컴 온 미’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카리나, 그 피아노 위에 자리한 윈터, 핸드마이크를 든 지젤과 닝닝이 등장해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진 ‘써스티’에서는 네 멤버의 보컬 하모니가 도드라졌다. 퍼포먼스를 덜어내도 충분히 무대를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공연 후반부는 히트곡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아마겟돈’은 라이브 밴드를 더한 록 버전으로 더욱 거칠어졌고, ‘드라마’ 역시 록 밴드 편곡을 만나 폭발력을 키웠다. ‘넥스트 레벨’을 지나 ‘수퍼노바’에 이르자 객석의 떼창은 다시 고척돔을 뒤덮었다.

데뷔곡 ‘블랙 맘바’부터 ‘넥스트 레벨’, ‘드라마’, ‘아마겟돈’, ‘위플래시’, ‘수퍼노바’까지. 어느덧 2시간 넘는 콘서트의 절정을 대표곡만으로 연달아 채울 만큼 히트곡이 쌓였다는 사실은 에스파의 성장을 실감하게 했다.

에스파 카리나(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카리나(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지젤(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지젤(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윈터(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윈터(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닝닝(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닝닝(사진=SM엔터테인먼트)
◇따로 또 같이… 넷이 흩어지자 더 선명해진 색깔

솔로와 유닛 무대는 에스파라는 이름 뒤에 자리한 네 아티스트의 개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지젤과 닝닝은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롤리팝’으로 몽환적이고 청량한 R&B 무드를 완성했다. 카리나는 ‘16비트’에서 묵직한 보컬과 그루브를 앞세웠다. 댄서들과 마이크를 주고받는 퍼포먼스에서도 한층 여유로워진 무대 장악력이 드러났다.

윈터는 ‘새들 업’에서 반전을 꺼냈다. 익숙한 청량한 고음 대신 끈적하고 그루비한 음색을 들려줬고, 역동적인 군무와 폭발적인 보컬을 동시에 소화하며 솔로 디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젤의 ‘바이비포헬로우’(BYEB4HELLO)는 키치하고 힙했다. 스탠딩 마이크를 중심으로 무대를 이끌다 후반부 강렬한 댄스 브레이크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닝닝은 ‘아이 러브 유 벗 아이 고타 렛 유 고’(I Love You But I Gotta Let You Go)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내려놓고 목소리에 집중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몽환적인 보컬의 조합이 고척돔을 가득 채웠다. 카리나와 윈터의 ‘세레나데’(Serenade)는 다시 고척돔의 심장을 세게 두드렸다. 묵직한 EDM 비트 위로 두 사람의 힘 있는 보컬이 맞부딪히며 공연장을 부술 듯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그룹으로 뭉쳤을 때는 하나의 강렬한 색을 만들고, 흩어지자 네 멤버의 개성은 더욱 선명해졌다. 솔로와 유닛 무대가 단순한 콘서트용 이벤트에 머물지 않았던 이유다.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고척돔을 즐기는 여유… 3만 5000명과 거리 좁혀

첫 고척돔이었지만 에스파는 규모에 압도되지 않았다. 오히려 큰 공간을 어떻게 즐길지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엔젤 48’과 ‘카무플라주’에서는 레모네이드 캔 모양의 무빙카를 타고 객석 사이를 누볐다. 뱀처럼 이리저리 뻗은 돌출무대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앙코르에서는 다시 핑크색 무빙카에 올라 객석을 천천히 돌며 팬들과 눈을 맞추고 쉴 새 없이 손을 흔들었다. 거대한 돔의 물리적 거리를 무대 연출과 팬서비스로 좁혔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오가며 말을 건네는 모습에서도 글로벌 투어를 거듭한 팀의 여유가 묻어났다.

사운드 역시 공연의 스케일을 키웠다. 라이브 밴드는 익숙한 히트곡을 보다 거칠게 변주했고, 오케스트라는 보컬 중심 무대에 깊이를 더했다. 퍼포먼스와 밴드, 오케스트라를 오가며 27곡의 질감을 달리한 덕에 긴 러닝타임에도 흐름이 단조롭지 않았다.

앙코르에서는 ‘예삐예삐’, ‘마이 플랜’ 등을 부르며 다시 한번 객석 가까이 다가갔다. 팬들을 발견할 때마다 눈을 맞추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에서는 ‘큰 공연장’에 압도되기보다 그 공간 자체를 즐기는 에스파의 여유가 느껴졌다.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에스파 멤버들에게 첫 고척돔은 남다른 의미였다.

윈터는 “우리가 이곳을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 감사하다”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지젤은 “모든 게 마이 덕분”이라고 했고, 닝닝은 “투어가 이제 시작하니 전 세계 팬분들을 만날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카리나는 “이틀 공연이 여러분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며 “에스파를 선택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 더 멋있는 에스파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공연은 끝났지만 투어는 이제 시작이다. 에스파는 타이베이, 상파울루, 워싱턴 D.C., 런던, 바르셀로나 등 전 세계 25개 지역으로 무대를 넓힌다. 첫 고척돔을 뜨겁게 달군 에스파의 다음 목적지는 이제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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