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하지원 '비광'…강력한 가족 드라마, 약한 범죄 드라마 [시네마 프리뷰]

연예

뉴스1,

2026년 8월 28일, 오후 02:42

'비광' 스틸 컷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스타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한국시리즈 9회 말 2아웃 역전 홈런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최고의 선수로 등극한 야구 선수 황중구(류승룡 분)이고, 아내는 역경을 딛고 악착같이 성공한 톱스타 배우 남미(하지원 분)다. 각자의 최고 전성기에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의 인생은 한 사건으로 인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중구의 전 연인이 중구를 원망하는 편지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것. 편지에는 자신이 키우던 동주가 중구의 딸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이 사실은 미디어를 통해 온 천하에 보도된다.
'비광' 스틸 컷

어린 시절 무책임한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가 있었던 남미는 중구의 아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두 사람은 갈등 속에 육탄전을 벌이다 기자의 카메라에 찍히기까지 한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파경을 맞는다. 그렇게 8년이 지난 후, 중구와 남미는 각자 쉽지 않은 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중구는 홀로 딸 동주(김시아 분)를 키우며 야구 지도자로 커리어를 이어가 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오랜만에 복귀한 남미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방송에 출연하며 재기를 노린다.

그러던 어느 아침, 중구는 한밤중에 친구를 만나러 나간 중학생 동주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딸을 찾기 위해 집을 나가려던 중, 전처 남미가 동주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온다. 동주는 자신이 해결하기 어려운 어떤 사건을 겪은 뒤 남미를 찾아갔다. 절친한 친구의 죽음과 관련한 사건이었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고, 사건은 동주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중구와 가족들, 그리고 남미는 동주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비광' 스틸 컷

'비광'은 '미쓰백' 이지원 감독의 신작으로, 감독의 전작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주제의식을 확장한 작품이다. 전작이 세대가 다른 두 여성의 따뜻한 연대를 표현했다면 '비광'은 파국을 맞았던 한 가족이 다시 뭉쳐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짙은 농도로 그려냈다. '비광'은 고스톱에서 쓰는 용어인데, 다른 광보다 낮은 점수로 취급되지만, 광을 모두 한데 모아 '오광'을 만들 때는 꼭 필요한 패다. 영화는 '비광' 같은 가족이 연대해 만드는 '오광' 같은 결말을 그리고자 한다.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어두움과 뜨거움을 동시에 지닌 듯한 캐릭터들과 그런 그들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감독 스스로 "라틴 아메리카의 피가 흐른다"고 했을 만큼, '비광'이 그리는 주요 인물들은 뜨거운 정념으로 가득하다. 주인공 중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슴 속에는 딸 동주에 대한 부성애를 키워가고 있으며, 남미는 재기를 위해 수치와 굴욕을 감수하며 꿋꿋이 활동을 이어간다.
'비광' 스틸 컷

특히 두 배우가 연기한 여성 캐릭터가 특별한 생동감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끈다. 배우 김해숙이 연기한 중구의 모친 기식과 김선영이 연기한 중구의 누나 지숙이다. 기식은 자식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인물로, 부유한 노인들의 모임인 칠각회에서 네트워크를 쌓는가 하면 동주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되자 한여름에 모피 코트를 입고 나타나는 기세로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지숙은 겉으로는 모친에게도, 가족에게도 까칠하고 드센 술집 사장이지만, 뒤로는 누구보다 속 깊게 가족을 챙기는 캐릭터다. 그는 이제는 남이 돼버린 '전' 올케 남미와도 친구처럼 지내며 솔직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지원 감독은 캐릭터들의 이 같은 특성을 비주얼을 통해 구현해 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색이 진하고 패턴이 화려한, 마치 '보호색'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옷차림과 메이크업을 자랑한다. 명품 로고가 도드라진 티셔츠를 입은 류승룡이나 붉은 입술이 반짝거리는 김해숙의 모습, 보통의 여배우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듯한 하지원의 화려한 옷차림은 내면의 어두움과 연약함을 극복하고 도약하려는 인물들의 생존 의지를 반영한 듯하다.

흥미롭게 표현된 캐릭터들에 비해, 이야기는 다소 단조롭다. 유재명이 연기한 정치인 캐릭터나,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식, 주요 사건인 여중생의 자살 사건을 보여주는 방식이 전반적으로 상투적이다. 영화의 기본 장르는 '드라마'이지만, 누아르 혹은 범죄 장르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해당 서사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 약해 아쉽다. 이 영화를 촬영한 이후에 이지원 감독은 배우 하지원과 함께 드라마 '클라이맥스'를 함께 했다. '클라이맥스'에서도 하지원은 여배우 역할을 맡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상영 시간은 109분. 오는 9월 2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