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디세이'를 촬영 중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사진=유니버설 픽쳐스)
돈으로 환산하면 더욱 실감이 난다. 촬영 당시 65㎜ 필름 가격을 피트당 약 1.5달러(약 2070원)로 잡아 단순 계산할 경우, 200만 피트의 필름 원재료값만 약 300만 달러(약 41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필름 현상과 운송, 보관 등 부대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단순 추산이다.
디지털 촬영이라면 저장 공간을 소모하는 것과 달리 필름 촬영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물리적인 필름이 계속 지나간다. 배우들에게 카메라 속 필름 돌아가는 소리가 곧 ‘돈 나가는 소리’처럼 느껴질 만했던 이유다.
이 때문에 촬영장에서 배우들의 집중력도 남달랐다. 패틴슨은 평소 한번 웃기 시작하면 좀처럼 멈추지 못하는 편이지만 ‘오디세이’를 찍을 때는 웃음 때문에 촬영을 망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털어놨다. 값비싼 아이맥스 필름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영화 '오디세이'에 출연한 로버트 패틴슨(왼쪽)과 맷 데이먼.(사진='오디세이' 예고편 캡처)
그렇다고 놀란 감독이 배우들에게 ‘실수하지 말라’고 윽박지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디지털 촬영처럼 일단 여러 번 찍어놓고 고르는 방식과 다른 필름 촬영 환경 자체가 배우와 스태프의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NG를 내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다기보다 ‘한번 제대로 해보자’는 긴장감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셈이다.
결과도 흥미롭다. ‘오디세이’는 세계 각지를 오가는 대규모 로케이션과 200만 피트가 넘는 필름을 동원하고도 총 91일 만에 촬영을 끝냈다. 당초 계획했던 일정보다 9일이나 빨랐다.
결국 배우들의 웃음까지 참게 만든 ‘필름의 압박’은 놀란 촬영장의 효율로 이어졌다. 200만 피트가 넘는 필름과 수십억원으로 추산되는 필름값. 관객에게는 압도적인 아이맥스 영상으로 돌아왔지만 배우들에게 카메라가 돌아가는 소리는 어느 촬영장보다 긴장되는 ‘NG 금지 알람’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