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대명'을 시작으로 KBS가 선보인 대하사극은 지금까지 34편에 이르며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폭을 넓혀왔다. 방송의 날인 9월 3일을 맞아 KBS '다큐 인사이트'가 배우와 제작진, 사극 팬들의 이야기를 통해 KBS 대하사극 45년의 발자취를 되짚는다.
- 역사에 시대의 질문을 담아낸 KBS 대하사극
KBS 대하사극은 과거의 역사를 재현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았다. 각 시대가 품고 있던 관심과 고민을 역사 속 이야기에 녹여내며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왔다.
조선 건국 과정을 인간의 선택과 고뇌라는 관점에서 풀어낸 '용의 눈물'은 당시 대권 경쟁과 맞물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이방원이 탄 말에 ‘DJ’라는 낙인이 찍힌 사실이 논란으로 이어지는 뜻밖의 해프닝도 있었다.
IMF 이후 국난을 극복하고 새천년을 준비하던 시기에 등장한 '태조 왕건'을 비롯해 국내 드라마 최초로 북한 촬영을 진행한 '제국의 아침', 무신정권 시대를 다룬 '무인시대'까지 이어지며 고려사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작품들도 탄생했다.
이른바 ‘KBS 고려사 시리즈 3부작’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고려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이 불거졌던 시기에는 '대조영'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발해 건국사를 조명했다. 또 2014년 방송된 '정도전'은 ‘헬조선’, ‘N포 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던 당시 현실을 배경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동시대의 고민을 시청자에게 되돌려준 KBS 대하사극. 이번 방송에서는 작품들이 시대와 어떻게 호흡해왔는지 그 안에 담긴 시대정신을 돌아본다.
- 배우에게는 성장의 무대, 제작진에게는 끝없는 도전
“늘 배워왔던 역사 속에 나오는 인물들과 만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경이롭잖아요. 사극이 강도가 센 만큼 한 3배 더 감동이 있는 거 같아요”
-이덕화 / 배우-
배우 이덕화는 '한명회'의 한명회를 시작으로 '무인시대'의 이의민, '대조영'의 당나라 장군 설인귀 등 다양한 시대와 인물을 연기했다.
배우들에게 대하사극은 100회가 넘는 긴 호흡을 통해 한 인물의 삶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연기 역시 성장시킬 수 있는 무대였다. 시청자들에게도 배우들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시간이 됐다.
대하사극은 제작진에게도 끊임없는 도전의 장이었다. '불멸의 이순신' 제작진은 이순신의 해전을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실제 바다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예측할 수 없는 자연환경 속에서 수많은 변수를 마주해야 했지만, 작품을 완성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100부작이 넘는 긴 여정을 이어갔다. 여기에 대형 수조를 활용한 미니어처 촬영과 그래픽 기술, 200여 명의 수군 출연자까지 더해지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규모의 해전 장면을 만들어냈다.
한 작품에서 축적된 경험은 다음 작품의 밑거름이 됐다. 오랜 시간 대하사극을 제작하며 쌓인 배우와 제작진의 경험, 그리고 기술적 노하우는 KBS 대하사극의 역사를 이어가는 중요한 자산으로 남았다.
- 시청자들은 왜 대하사극을 사랑했나
“대하사극 보면서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사실상 KBS가 키운 역사 소년이었다”
-김명훈 / 국립공주박물관 학예연구사, 대하사극 팬-
대하사극이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번 특집에서 살펴본다.
'태조 왕건'을 계기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김명훈은 결국 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됐다. 어린 시절 대하사극을 보며 키운 역사에 대한 관심이 또 다른 역사 콘텐츠를 만드는 계기로 이어진 셈이다.
현재 그는 유물과 기록에 최신 영상 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며 역사 팬들과 만나고 있다.
'정도전'을 향한 애정으로 굿즈와 팬아트를 제작해 온라인에서 주목받은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역시 대하사극이 가진 특별한 힘을 이야기한다.
“현실로 일어난 일이잖아요. 나는 한국 사람이고 이게 한국 사람의 역사고 그런 소속감 또 자부심 이런 게 생기는 것 같아요”
-이다 / '정도전' 팬-
이다는 대하사극을 통해 다른 드라마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거대한 감정과 자긍심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방송에서는 이처럼 오랜 시간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사극의 장면과 추억이 어떤 의미로 남아 있는지도 들여다본다.
- 45년의 역사 위에 탄생하는 35번째 대하사극 '문무'
KBS 대하사극의 역사는 새로운 작품으로 이어지고 있다. 45년 동안 축적된 경험과 토대 위에서 KBS의 서른다섯 번째 대하사극 '문무'가 만들어지고 있다.
'문무'는 신라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며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지도자들의 선택과 충돌을 그린다.
오랜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가 현재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의미의 질문을 던질지 관심이 모인다.
KBS 대하사극의 가장 큰 의미는 단순히 과거의 인물을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대조영', '정도전' 등 각 시대의 작품이 당대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던 만큼, 45년의 역사는 곧 한국 사회가 역사와 현재를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제 '문무'가 오늘의 시청자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한편 '다큐 인사이트' ‘방송의 날 특집 우리가 사랑한 대하사극’은 2026년 9월 3일 목요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출처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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