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 떠는 세상, 무난하기가 더 힘들잖아요…한국판 '인턴' [봤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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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9월 04일, 오후 09:39

‘봤어영’은 화제의 영화를 직접 보고, 솔직한 감상과 관람 포인트를 전하는 리뷰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무난하다. 무난하다의 사전적 정의를 보자. ‘이렇다 할 단점이나 탓할 만한 점이 별로 없다’ ‘까다롭지 않고 무던하다’ 영화 ‘인턴’이 그렇다.

'인턴' 포스터(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인턴' 포스터(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11년 전 개봉해 수많은 관객의 인생작으로 남았던 동명의 영화 ‘인턴’이 한국판으로 돌아왔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의 케미스트리를 과연 넘어설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지어진 미소로 답을 대신한다.

‘인턴’은 론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한소희)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가 입사하면서 시작된다. 세대도 직급도 뛰어넘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감상은 세 가지다. 첫째는 무난하다. 둘째는 가족들과 볼 영화로 딱이다. 셋째는 우투투 입사하고 싶다!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무난함의 소중함’이다. 원작의 큰 줄기를 충실히 따라가기에 예상을 벗어나는 격정적인 사건이나 팽팽한 긴장감은 없다. 아는 맛이 주는 편안함에 가깝다. 하지만 이 무난함이야말로 영화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아주 극적인 긴장감이나 반전은 없지만 오히려 그것들에 지친 관객들에게 위로와 편안함을 준다.

'인턴' 스틸(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인턴' 스틸(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배우들의 연기는 익숙한 서사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귀여움과 중후함(이 두 단어가 양립되는 게 신기하지만)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최민식의 완급조절이 영화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만든다. 제2의 로버트 드 니로가 아니라, 최민식은 최민식이다.

프로페셔널한 워커홀릭 CEO로 분한 한소희 역시 대선배 최민식과의 완벽한 호흡 속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성공한 CEO지만 일과 삶 사이에서 휘청이는 선우의 복잡한 감정을 충실히 담아낸다.

주변 캐릭터들도 허투루 쓰이지 않는다. 김준한, 류혜영, 김금순, 박예니, 김요한, 임성균, 윤상정 등 저마다의 색깔을 지닌 인물들이 적재적소에서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며 오피스물 특유의 생동감을 더한다. 로컬라이징도 꽤나 잘됐다. 실제로 성수동 어딘가에 우투투가 존재할 것만 같다.

'인턴' 스틸(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인턴' 스틸(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물론 원작이 주는 신선함을 이미 경험한 관객이라면 한국판에서 같은 감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야기의 큰 방향을 알고 있는 만큼 중반 이후 전개가 다소 평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턴’의 매력은 애초에 자극적인 사건이나 거대한 반전에 있지 않다. 안 그래도 유난스러운 세상 속에서 자신을 까탈스러운 사람이라 자책하며 상처를 내는 수많은 선우들에게, 기호가 내미는 손과 휴지와 엄지척은 다정한 위로가 된다.

'인턴' 스틸(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인턴' 스틸(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원작자인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인턴’에 대해 “젊은 시절 나를 묵묵히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영화”라며 “한국판 ‘인턴’을 통해서도 따뜻한 웃음과 위로를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며, 모두에게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했다.

김도영 감독은 여기에 성장을 더했다. 조금씩 비튼 디테일로도 재미를 줬다. 힐링, 성장서사, 감동을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인턴’은 삶의 유난함과 지난함을 무난하게 위로하는 영화다.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한국판만의 디테일을 찾는 재미를,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성공적인 리메이크다. 김도영 감독 연출. 러닝타임 132분. 9월 16일 개봉. 쿠키영상(?)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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