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명기(37)가 19년 프로 생활을 마무리했다. 가는 팀마다 우승 기운을 몰고 다녔지만 마지막 팀이 된 한화에선 그 기운이 통하지 않았다.
지난겨울 2차 드래프트에서 23년 몸담은 SSG를 떠나 한화로 이적한 김강민이 1년 만에 은퇴를 결정하면서 모든 포커스가 그에게 쏠렸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명기도 통산 타율 3할대(.305)로 KBO리그에서 꽤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선수로 평가받을 만하다.
좌투좌타 외야수 이명기는 인천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6년 2차 8라운드 전체 63순위로 SK(현 SSG)에 입단했다. 2008년 1군 데뷔 후 주로 2군에 머물렀지만 2013년부터 정확한 컨택 능력으로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4년 28경기 연속 안타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 데뷔 첫 규정타석 3할 타율(.315)로 활약하며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2017년 4월에는 4대4 대형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뒤 리드오프를 꿰차 공격 첨병 역할을 했다. 그해 115경기 타율 3할3푼2리(464타수 154안타) 9홈런 63타점 OPS .830을 기록하며 KIA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2019년 7월에는 외야 유망주 이우성과 트레이드를 통해 NC로 다시 팀을 옮겼다. 2020년 1~2번 테이블세터를 오가며 136경기 타율 3할6리(477타수 146안타) 2홈런 45타점 OPS .743을 기록했다. 그해 NC는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이명기도 주전 멤버로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이후 조금씩 내리막을 보인 이명기는 2022년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었지만 찬바람을 맞았다. 지난해 2월 스프링캠프 기간 사인&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NC와 1년 최대 1억원(연봉 5000만원, 옵션 5000만원)에 계약한 뒤 포수 이재용(25)과 함께 한화로 이적했다. 한화는 내야수 조현진과 2024년 신인 7라운드 지명권을 NC에 주며 이명기와 이재용을 받았다.
당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이명기를 2번 타자감으로 기대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해 4월7일 대전 SSG전에서 5회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오른쪽 발목이 꺾였다. 시즌 3경기 만에 비골 말단부 골절로 수술을 받고 4개월 반 동안 재활했다. 부상 상황에 대해 이명기는 “슬라이딩을 들어가는데 2루수가 태그를 위해 붙는 느낌이 들어 피하려고 하다 다쳤다. (4월초라서) 날씨도 추웠고, 그라운드가 딱딱해 잘 미끄러지는 상태였다. 야구를 하면서 슬라이딩하다 다친 적은 없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당시 이명기는 왼발로 2루를 먼저 찍었으나 오른 뒷발이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베이스 앞에서 꺾여 발목이 부러졌다.
5월15일 2군으로 내려간 이명기는 퓨처스리그에서 46경기 타율 2할4푼4리(135타수 33안타) 7타점을 기록했다. 8월11일 서산에서 열린 두산전(3타수 1안타)을 끝으로 퓨처스리그 경기도 출장하지 않고 현역 은퇴를 준비했다.
한화 관계자는 “그때 슬라이딩으로 발목이 안 돌아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7일 발목 부상이 치명타였고, 재활 이후 주루나 수비에서 움직임이 예전 같지 않았다. 정교한 타격으로 승부를 하는 선수이다 보니 수비, 주루가 안 되면 활용도가 떨어졌다.
이명기의 1군 15시즌 통산 성적은 1037경기 타율 3할5리(3624타수 1104안타) 28홈런 327타점 574득점 324볼넷 556삼진 108도루 출루율 .365 장타율 .389 OPS .754. 2015년(.315), 2017년(.332), 2018년(.302), 2020년(.306) 4번의 규정타석 3할 타율 시즌 포함 통산 타율 3할대로 마쳤다. 30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중 통산 타율 21위에 빛난다.
이명기 커리어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우승 경력이다. 2008년, 2010년 SK에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했지만 우승 시즌에 1군 경기를 각각 6경기, 4경기를 뛰었다. 2017년 KIA, 2020년 NC에선 주전으로 통합 우승을 경험하며 우승 반지를 손에 꼈다. 우승 반지 2개가 그의 집 장식장에 진열돼 있다.
가는 팀마다 우승을 했던 이명기는 “내가 선수 복이 있는 것 같다. SK, KIA, NC에 항상 좋은 선수들이 있었다. 성적이 나는 팀에 내가 있었을 뿐이다”고 자세를 낮추며 “야구를 언제까지 야구를 할지 모르겠지만 한화에서도 우승을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월말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이런 각오를 밝혔지만 한화에선 2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로 우승 기운이 이어지지 않았다.
한편 이명기와 함께 한화로 트레이드됐던 포수 이재용은 방출됐다. 지난해 1군 2경기(2타수 1안타)를 뛰었고, 올해는 1군 콜업이 없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1경기(2타수 1안타) 출장으로 끝났다. 올해 퓨처스 팀에서 박상언, 장규현, 허인서, 허관회, 안진이 포수로 뛰면서 이재용이 뛸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내년 신인으로 3라운드 전체 22순위에 지명한 포수 한지윤도 합류할 예정이라 포수 인원이 넘친다. 결국 우선 순위에서 밀린 이재용이 이적 2시즌 만에 방출로 한화를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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