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클럽으로 손꼽히는 토트넘 홋스퍼는 요즘 고비의 너울을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팀의 에이스이자 주포인 손흥민(32)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토트넘은 손흥민이 결장한 첫판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역경을 딛고 대첩을 거두는 뚝심을 뽐냈다. 지난달 29일(이하 현지 일자) EPL 6라운드에서, 어려운 상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뜻밖에도 3-0으로 일축하며 낙승의 기쁨을 누렸다. 더구나 호랑이굴인 올드 트래퍼드에서 올린, 그만큼 더욱 짜릿함을 자아낸 쾌승이었다. EPL 2승을 비롯해 4연승의 신바람을 만끽한 한판이었다.
이 경기의 주인공은 세 골을 터뜨린 골잡이들이 아니었다. 선제 결승골(전반 3분)을 뽑아낸 브레넌 존슨도, 추가골(후반 2분·32분)로 대첩을 거든 데얀 쿨루셰프스키와 도미닉 솔란케도 MOM(Man of the Match)의 영광을 안지는 못했다.
으뜸의 각광은 판 더 펜에게 쏟아졌다. EPL 사무국이 경기 후 팬들의 투표로 뽑는 MOM에서, 판 더 펜은 38.9%의 몰표를 받아 경기 최우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질풍을 연상케 하는 판 더 펜의 플레이에 밀려 세 골을 합작한 존슨(17.6%), 솔란케(15.9%), 쿨루셰프스키(9.7%)는 2~4위의 지지밖에 받지 못했다.
이 한판에서, 판 더 펜은 엄청난 질주를 선보여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선제 결승골을 연출한 질풍의 몸놀림은 단연 압권이었다. 자기 진영에서부터 맨체스터 Utd. 골문 앞까지 치고 들어가 완벽한 어시스트로 존슨의 골을 ‘창출’한 장면은 일찌감치 대단원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암시였다.
그때 판 더 펜의 질주에서 나타난 스퍼트 속도는 무려 37.12㎞/h에 이르렀다. 단순히 속도를 떠나 기록적 측면에서도 대단했다. 2024-2025 EPL에서, 단연 으뜸의 스퍼트였다. 2위에 오른 안토니 엘롱가(22·노팅엄 포리스트)를 큰 격차(1.22㎞/h)로 따돌리는, 그야말로 질풍을 방불케 하는 놀라운 스퍼트였다(표 참조). 엘롱가를 비롯해 3~5위에 자리한 엘링 홀란(24·맨체스터 시티·35.74㎞/h), 티모 베르너(28·토트넘 홋스퍼·35.69㎞/h), 가브리엘 마르티넬리(23·아스널·35.57㎞/h 등이 모두 35㎞/h대를 보인 점과 대비하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판 더 펜의 질주 본능이다.
그런데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역대로 외연을 넓히면, 판 더 펜이 2024-2025시즌에 세운 기록은 4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누가 더 판 더 펜보다 스퍼트 능력을 과시했을까? 아니었다. 역대 최고 기록도 역시 판 더 펜이 보유하고 있다. 판 더 펜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역대 1~5위 기록 가운데 세 개를 세우는 아주 대단한 스퍼트 능력을 EPL 마당에 떨쳤다. 곧, ‘스퍼트 대명사’라고 불릴 만큼 멈출 줄 모르는 질주 본능을 뽐내 왔다.
EPL에서, 스퍼트 데이터가 축적되기 시작한 시기는 2020-2021시즌부터다. 지금까지 5시즌째 쌓인 이 부문 기록에서, 가장 윗자리엔 판 더 펜이 앉아 있다. 37.38㎞/h로 내달려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 지난 맨체스터 Utd.전에서 나타난 37.12㎞/h를 0.26㎞/h 능가할 정도다.
그래도 판 더 펜에게 도전장을 던질 만한 인물은 있었다. 카일 워커(34·맨체스터 시티)다. 워커는 판 더 펜에 비견할 만한 기록(37.31㎞/h)을 세우며 2위에 자리하고 있다. 격차는 0.07㎞/h밖에 되지 않는다.
3위 자리도 판 더 펜의 몫이다. 37.23㎞/h으로, 워커의 기록과는 아주 근소한 차(0.08㎞/h)다.
한편, 한 선수의 가장 빠른 기록만을 대상으로 순위를 가렸을 때, 치에도지 오그벤(27·입스위치 타운)와 안토니 엘링가 및 페드루 네투(24·첼시)가 3~5위에 자리했다. 오그벤은 루턴 타운 시절 36.93㎞/h를, 네투는 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시절 36.86㎞/h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